"선거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게 아닐까요. 정치권에서는 경제살리기니, MB정권 심판이니 시끄럽지만 우리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4ㆍ29 재보선을 18일 앞둔 12일 인천 부평구청 부근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의 일갈(一喝)이다.
다른 주민들도 그와 비슷했다.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여의도에서는 부평을을 승패의 척도로 생각하며 뜨거운 관심을 퍼붓고 있지만 주민들은 아랑곳없었다. "이 후보나 저 후보나 그게 그거 아니냐", "먹고 살기 힘든데 투표하러 갈지 모르겠다"는 냉소적인 반응들이었다.
그나마 GM대우 부평공장 인근에서는 선거에 대한 관심이 느껴졌다. GM대우의 40대 남자직원은 "재보선에선 조직을 잘 관리한 후보가 당선된다고 알고 있다"며 "민주당 후보가 지난 총선에서 나온 후보라 상대적으로 얼굴이 더 알려져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을은 야당 성향이 높다"는 부연설명도 뒤따랐다.
30대 여성 회사원은 "뉴스에서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다고 들었다"며 "아무래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여당 후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60대의 슈퍼마켓 주인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했다.
반면 갈산사거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임대료도 못 내는 지경"이라며 "거물이 나와도 시원찮을 판에 한나라당이 얼굴도 모르는 후보를 공천한 것을 보면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여야 후보들도 냉소적인 기류, 어려운 삶, 생소한 후보 등 주민들의 이런저런 의견들을 잘 알고 있었다.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는 "주민들이 나에 대해 '토박이 공천'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만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야당에 비해 여당 후보가 GM대우 회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통상산업부와 산업자원부 시절 자동차산업을 다뤄본 만큼 유권자에게 어필할 요소를 갖췄다는 얘기다. 또 15일 선거사무실 개소식 때 중앙당 인사들을 초대, 인지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대우자동차(GM대우 전신)에서 근무한 점을 들어 노동자와 서민의 대변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홍 후보 측은 "8일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된 것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감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지난 1년 간 이같은 주민 의견을 듣고 대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수도 생기고 있다. 한나라당 예비후보였던 천명수 후보의 무소속 출마 선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금품수수 의혹이다. 자칫 이 후보는 지역조직을 추스르는 데 집중해야 하고, 홍 후보는 '노무현 염증'에 따른 야당 지지층 이탈을 고심해야 할 판이다.
투표율도 변수다. 역대 재선거 투표율은 대략 20% 초반. 그러나 이번에는 한층 쉬워진 부재자투표로 투표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 중앙선관위가 부재자투표 대상자를 대폭 완화,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위해 10일~14일 신청만하면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부평구 선관위는 부재자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바쁜 사람은 집에서도 투표할 수 있다?'는 현수막을 곳곳에 설치했다. 그러나 이에 눈길을 주는 주민은 드물었다. 거리엔 표심의 향배를 모른 채 재선거를 알리는 현수막과 홍보물만이 무심하게 바람에 날릴 뿐이었다.
부평(인천)=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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