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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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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전설

입력
2009.04.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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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나는 읽은 적이 있지,

어떤 도시에

아주 낡은 나무집이

헐렸다는 걸.

오래된 나무로 사람들은 바이올린들을 만들었네,

그 악기들은 특별한 소리를 낸다고 하네.

틀림없이 화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네, 그들은

나무 속으로 들어온,

오래 전 지나간 삶을 노래한다네

기록될 수 없는 흔들거림과 함께

오늘까지 울려오네.

바이올린이 울리면 사람들은

악보에 들어있지 않는 음을 듣네.

마치 침묵하는 사람들이

웅얼거리며 지나가는 듯한 소리.

이건 아주 아름다운 전설.

그리고 나는 내 시 속에서 꿈을 꾸네,

내 시 속에는 언제나

목소리없는 것들이 말하는 소리가 함께 울려나기를.

에바 슈트리트마터는 1930년에 태어난 옛 동독 출신의 시인이다. 어린이와 어른들을 위한 시를 쓰고 동화와 산문을 쓰는 작가이다. 위의 시는 그녀의 시집 <풀밭 위에 달눈(雪)이 놓여있다> 에 수록되어 있다. 시집 전체는 제목처럼 풀밭 위에 어른거리는 달눈처럼 아련하고 비밀스럽다.

오래된 나무집이 헐리고 난 뒤 그 집의 뼈대인 나무로 만든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 떠났거나 아니면 죽었거나 그래서 잊혀진 사람들. 그들이 남긴 생을 노래하는 바이올린.

시인은 그 바이올린은 악보에도 들어있지 않은 음을 낸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도 목소리없는 것들이 함께 울려나오는 시였으면 한다. 모든 생애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내는 소리들은 전설이 된다. 모두, 우리 모두는 신화적인 존재이고 우리의 삶은 언젠가는 전설이 된다, 누군가 우리를 기억하고 우리의 존재, 그 가치를 찬미하는 동안에는.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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