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 중이던 피의자 2명이 유치장 문이 열린 틈을 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탈출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도주범들은 경찰서를 빠져나가는 동안 5개의 문을 지났고 상황실로 연결된 폐쇄회로(CC)TV에도 찍혔지만, 도주 후 25분이 지나도록 경찰서 내 누구도 도주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12일 오전 8시33분께 횡령 및 절도 혐의로 이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돼 있던 이모(36)씨와 홍모(26)씨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를 탈출했다. 이들은 남대문서 건물 2층에 있는 유치장을 나온 뒤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와 건물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
이어 전의경들이 지키고 있는 경찰서 후문을 지나 남산 방향으로 도주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중순께 서울과 경기 지역 렌터카 회사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차량 3대를 빌린 뒤 이를 반환하지 않고 팔아 판매대금을 챙긴 혐의 등으로 지난 8일 구속됐다.
이씨와 홍씨가 탈출할 당시 이들이 함께 갇혀 있던 감방 철장문을 비롯해 유치장 출입과 연결된 3개의 문이 모두 열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8개의 감방이 있는 유치장 전체 출입문도 빗장만 내려진 채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았고, 유치장에서 외부로 통하는 면회실 출입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식사 배급과 청소 때문에 유치장 문들을 열었다가 그 뒤에 문을 잠그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유치장 안에는 경찰 2명이 있었지만 이들이 도망치는 것을 보지 못했고 CCTV를 통해 유치장을 따로 감시하던 상황실 근무자도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남대문서 관계자는 "당시 유치장 경비를 서던 경찰 2명이 옷을 갈아 입는 사이 이들이 도망쳤다"며 "오전 8시30분이 근무교대 시간이어서 감시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도주범들은 1층 휴게실을 거쳐 건물을 빠져나간 뒤 전의경이 지키고 있는 후문을 지나갈 때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의경들은 대개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만 제지할 뿐, 나가는 사람은 신경 쓰지 못한다"며 "민원인인 줄 알고 보내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도주 25분이 지난 오전 8시58분께 경비 경찰이 유치장 내 수감 인원을 세어본 뒤 2명이 부족한 걸 확인하고서야 이들의 도주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를 전후로 이들에 대한 긴급 수배령을 내려 도주 6시간이 지난 오후 3시10분께 경기 구리시 인창동사무소 부근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또 다른 도주자인 홍씨를 검거하기 위해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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