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64ㆍ구속) 태광실업 회장이 2007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측에 전달한 미화 1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 자녀의 유학 및 생활자금으로 제공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10일 "박 회장이 돈을 요청받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밝힌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며 "채무변제라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과는 다른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녀들의 생활자금이냐"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해, 그 같은 진술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 회장의 진술에는 권 여사는 등장하지도 않는다"며 박 회장이 일관되게 '노 전 대통령의 요청'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세종증권 인수비리 수사를 맡았던 다른 검찰 관계자도 "채무변제를 위해 달러를 요청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정황상 해외에서 생활하는 자녀들의 생활자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당시 해외유학 중이던 아들 건호(36)씨에게 건넬 목적으로 100만 달러를 받았는지, 실제 돈을 아들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미국에 있는 건호씨에게 소환을 통보했고, 건호씨는 곧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라 이르면 주말 검찰 출석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사과문에서 밝힌 내용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부장 이인규)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를 체포해 박 회장으로부터 홍콩 계좌로 받은 500만 달러의 성격과 사용처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500만 달러도 노 전 대통령의 후원활동 차원에서 건넸다"는 박 회장의 진술에 따라 이 돈이 사실상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너간 뇌물이 아닌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추부길 전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이 박 회장의 구명 로비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정두언 의원에게 전화로 청탁을 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추씨가 지난해 9, 10월경 이 의원의 보좌관 박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의원과 한두 차례 통화를 하며 부탁을 했지만 거절당했고, 10월25일 정 의원에게도 전화로 부탁했지만 마찬가지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어떤 부탁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며 통화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추 전 비서관을 이날 구속 기소했다.
한편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아 노 전 대통령측에 전달하고 별도로 4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상문 전 비서관은 이날 새벽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영장전담 판사는 "수사 정도에 비춰볼 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정곤 기자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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