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ㆍ서정은 옮김/그린비 발행ㆍ608쪽ㆍ2만5,000원
이 책은 물신주의로 전락한 자본주의와 그것의 첨단 형태인 신자유주의 철학에 대한 대안을 인류학에서 찾는다. 런던대 사회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활발한 반세계화 운동으로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적도 있는 인류학자. 그는 이 책에서 칼 마르크스의 비판적 시각과 마르셀 모스의 대안적 상상력을 접목,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시장과 그 배후의 논리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저자는 우선 인류학에 씌워진 통념을 벗겨낸다. "인류학은 '원시사회'의 문화를 연구하는 데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팽배한 사회에 대한 최적의 투쟁 무기"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원시사회의 증여와 교환을 분석한 모스의 인류학 이론에서 마르크스 비판사상이 가진 맹점을 보완할 논지를 캐낸다. 그리고 사회구성원 간의 총체적 의존관계에 의해 유지되는 '코뮨주의'의 한 형태를 궁극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순환'되는 가치에 주목한다. 예컨대 파푸아 뉴기니의 바이닝 부족에서 가장 명예로운 행위는 음식 또는 소비할 수 있는 물건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다. 가치는 '교환'되지 않고 행위를 통해 순환된다. 이는 상품과 화폐라는 물신화된 가치의 교환이 일어나는 근대적 시장과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외형상 시장경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더라도, 거기서 시장경제의 교환을 넘어서는 가치의 실현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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