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심문하기 위해 해외에 설치된 비밀 수용소인 '블랙 사이트(Black Site)'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9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취임 이후 더 이상 블랙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현존하는 모든 블랙 사이트를 영구히 폐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네타 국장은 이에 따라 "모든 수감자들은 미군 또는 해당국 사법 당국으로 이른 시일 안에 이송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블랙 사이트의 보안과 수감자에 대한 심문을 맡았던 민간 업체와 CIA의 계약은 즉각 해지된다.
CIA는 이 사이트의 위치에 대해 지금까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요원들의 증언과 항공기 운항일지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태국 폴란드 루마니아 요르단 등지에 비밀감옥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요원은 수년동안 100명 미만의 수감자가 감옥에 있었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파네타 국장은 "조지 W 부시 전 정부에서 이용된 '물고문(워터 보딩)'과 같은 고문 기술이 더 이상 사용되고 않고 있고, CIA 직원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용의자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전문성을 확보했다"며 수용소 폐쇄 배경을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월 취임 직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와 함께 '블랙 사이트'를 폐쇄하고, 합법적 심문 기법만을 사용토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블랙 사이트는 부시 전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CIA가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리에 수감하고 가혹한 고문 기법을 동원해 심문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인권유린이라는 국내외의 비판을 받아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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