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지난해 이맘 때 세계 경제는 이미 파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이런 파국을 예측했던 전문가는 누구였을까.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지난해 초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이 행한 발언이 실제로 얼마나 현실화했는지를 분석해 최신호에 실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빗나간 예측을 한 대표 인물로 꼽혔다. 그는 지난해 2월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일부 실패는 있겠지만 대형 은행들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당시 미국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안정성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었다.
그러나 3월 16일 미국 5대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인수된 것을 시발로 모기지 업체 인디맥의 영업 중단(7월 11일),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9월 15일) 등 금융기관 몰락 사태가 잇따랐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해 3월 "유럽의 금융기관은 정부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건전하다"고 단언했다. 2월 영국 5위 은행 노던록이 국유화하면서 유럽 은행에 대한 경영 위기감이 증폭되던 시점이었다. 그의 발언이 빗나간 예언이었음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9월 벨기에 정부가 자국 은행 포티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을 신호탄으로 유럽 각국의 정부는 자국 은행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야 했다. 독일 최고 경제학자로 꼽히는 베르트 뤼룹 다름슈타트공대 교수도 그 해 3월 "독일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해 빗나간 예언가 그룹에 합류했다.
파국을 예측했던 전문가는 극소수였다.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현재의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금융 위기보다 심각하며 문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일관되게 경고했다. 그가 운영하는 헤지펀드사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약세장에 베팅해 11억달러(약 1조 4,000억원)를 벌었다. 소로스는 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세계 경제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미국 헤지펀드사 폴슨 앤 컴퍼니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존 폴슨도 지난 한해 동안 약세장을 예상하고 공매도 등을 통해 20억달러(약 2조 6,000억원)를 벌었다. 워렌 버핏은 지난해 "단기적인 경기 예측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지론을 유지해 예측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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