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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한에" 노"라고 못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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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한에" 노"라고 못하는 중국

입력
2009.04.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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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경제 활동에 치중하면서, 자녀 교육에 문제가 많아지고 있다는 중국의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중국청년연구센터가 포털 시나닷컴을 통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7%가 가정에서 아버지의 교육이 절대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는 돈벌이에 매달리느라 자녀에게 권위와 규율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고 아이들은 그 틈을 타 제멋대로 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권위는 낮아지고 자식은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로켓발사 만류" 약속하고도

중국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세계 금융시스템의 개혁과 새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제적 가치 공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G20은 경제 해법을 찾는 자리이자 중국의 변화를 보여준 자리였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G20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한의 로켓 발사를 끝까지 만류하겠다"고 했지만, 로켓 발사 후 한국 미국 일본이 제재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중국은 북한 감싸기에 급급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도 막후 역할을 했다.

중국은 북한을 불쾌하게 여기면서도 왜 "노(NO)" 라고 하지 못할까. 동북아의 사회주의 형제국가라는 중국과 북한의 끈끈한 역사가 그 이유를 말해준다. 후진타오 주석은 10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된 김정일에게 축전을 보내 "국방위원장 재추대는 조선 인민의 충심된 지지와 높은 신뢰의 표시"라며 "올해 중국과 북한의 선린우호협조 외교관계수립 60돌을 맞아 양국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북한 때리기'에 동조하지도, 그런 움직임을 만류하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온 중국이 김정일 체제가 공고해지는 것을 다시 확인한 뒤, '홀로서기 로켓 발사'에 뒤늦은 축전을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에 관대한 데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성공이라는 명분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 식량 등의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에 많게는 2억 달러까지 무상 지원하는 후견인 역할을 했다. 반대로 중국이 팔목만 비틀면 북한이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국은 섣불리 그렇게 할 수 없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 대북 제재에 찬성하면 북한은 중국에 대들 수 있다. 그러면 6자회담의 틀이 깨지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약해진다.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일 체제가 유지되고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가 이뤄져 동북아가 안정돼야 한다. 대외적 권위가 다소 훼손되더라도 북한의 홀로서기 전략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북은 중국의 세력균형 도우미

한국 미국 일본 동맹에 맞서 중국 러시아 북한의 대항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감싸야만 세력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로켓 발사를 계기로 북미 관계가 개선되거나 반대로 냉각되더라도 북한에 보험을 들어야 장기적으로 유리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동북아에는 냉전의 현실이 상존한다. '대국굴기'(세계 속의 대국으로 우뚝 선다) 중국이 북한에 "노"라고 하지 못하는 것은 동북아의 세력균형 유지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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