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넬 대학의 앨리스 아이센 교수팀은 외과의사들을 상대로 흥미있는 실험을 했다. 의사들에게 가상의 환자 사례를 제시하면서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한 그룹에게는 자그마한 사탕 한 봉지를 선물로 나눠주면서 기분을 좋게 해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그저 문제만을 제시했다.
놀랍게도 사탕을 받은 의사들이 훨씬 더 높은 문제해결 능력을 보였다. 그들은 더 높은 창의성을 보였고, 더 빨리 관련 정보들을 수집했으며, 초기에 내린 잘못된 진단에 대해 스스로의 입장을 신속히 바꾸는 유연성을 보였다. 전문직인 의사들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이 사탕 한 봉지에 의해 향상되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탕을 받은 의사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직업에 대한 사명감마저 높게 나타났다. 자그마한 사탕 한 봉지에 의해 촉발된 긍정적 감정의 효과는 이처럼 엄청났다.
아이센 교수팀은 지난 20 여년 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 긍정적 감정이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또 다른 실험에서 아이센 교수팀은 한 그룹에게는 코미디 영화를, 다른 그룹에게는 평범한 영화를 보여줬다.
그리고 나서 압정 한 상자, 성냥 한 묶음, 양초 하나씩을 나눠주면서 양초를 판 위에 불을 켤 수 있는 상태로 부착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평범한 영화를 본 사람들 중 단지 20% 만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코미디 영화를 보고 한바탕 즐겁게 웃었던 그룹에서는 75% 이상이 해결해냈다.
아이센 교수에 따르면 긍정적이고 행복한 상태일 때 사고의 폭은 넓어지고, 깊어지고, 빨라지며, 창의력과 상상력도 풍부해진다. 자신이 지닌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긍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줄 알아야 한다.
뛰어난 업무수행 능력과 원만한 대인관계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은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아니다. 한 개인의 지능과 성취도와는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직장, 사회, 학교 생활에서의 성공 여부는 중요한 일이 닥쳤을 때 스스로 얼마만큼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 신나게 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감정통제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서 감정통제 능력이란 단지 부정적 감정 (분노, 슬픔, 두려움 등)을 억누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긍정적 감정을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중요한 과제를 맡았을 때 왠지 스스로 신바람이 나고 긍정적 감정을 느끼고 적극적 도전 의식을 갖게 되는 사람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성공적이고도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은 뛰어난 업무수행 능력뿐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좋은 인간관계를 갖고있다.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사람은 업무성취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을 더 잘 하기위해서나 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긍정적 감정이다.
아이센 교수는 긍정적 감정은 판단력과 유연성, 창의성을 관할하는 뇌 부위의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유연성은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만든다.
직장인들의 불행감과 스트레스는 주로 인간관계에서 온다. 상사나 동료 직원들과의 갈등은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일이 힘들다거나 보수가 적어서 그만 두는 경우는 드물다. 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하고 긍정적 감정으로 충만해져야 한다.
우리의 삶은 인간관계의 총합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맺은 인간관계의 총합이 곧 나의 삶이다. 관계가 있고 나서 커뮤니케이션(소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간관계는 형성되고 유지된다. 인(仁)이나 충효를 강조하는 유교, 자비를 중시하는 불교, 이웃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등 모든 성인의 가르침은 인간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공자의 가르침인 논어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亦說乎(불역열호)'. 그 어떤 것을 배우고 적절한 시기에 익히고 활용하는 것은 엄청난 희열을 가져다 준다는 뜻이다.
여기서 그 어떤 것(之)이란 공자의 가르침 혹은 논어 자체를 의미하는데, 곧 인간관계에 대한 가르침이다. 인간관계에 대해 잘 배우고 그것을 실천하면 행복해진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문장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낙호)'. 인간관계에 대해 잘 배우고 실천하면 먼 곳으로부터 친구가 찾아오는 대단히 즐거운 일도 생긴다는 뜻이다. 혹은 멀리서 친구가 찾아 올 정도로 평소 인간관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실천하며 살라는 堧堅竪?하다.
학이편의 첫 문장과 두번째 문장은 이처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리고 '人不知而不(인부지이불온)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내거나 하는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지 않아야 진정한 군자라는 뜻이다.
논어의 첫머리에서 공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쁨(說)과 즐거움(樂)이다. 이러한 긍정적 감정이 학문의 진정한 목적임을 처음부터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학문은 심각함이나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의 원천이어야 한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군자의 진정한 모습이다.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아야 군자다. 군자는 곧 리더의 이상형이다. 공자는 수 천년 전에 리더십의 본질이 행복과 긍정적 감정에 기반한 인간관계에 있다는 것을 이미 간파했던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방향을 사람을 끌어 온다는 뜻이다. 이러한 설득력의 핵심 기반은 바로 행복을 나눠주는 힘이다. 사람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따르게 되어 있다. 행복해지면 설득 당하고, 설득 당하는 순간 행복해진다. 훌륭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행복감이 증진되면 타인에게 보다 좋은 인상을 주고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행복은 곧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행복은 단순한 감정상태의 문제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는 능력의 기본 조건이다.
■ 성공적인 대인관계 유지하려면
# 표정을 따라하며 적극적으로 들어라
조직 생활에 있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원한다면 우선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의사소통을 보다 잘하기 위해서는 공감적 경청을 해야 한다. 이는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면서 온몸으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다.
우선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에는 말하는 사람의 표정을 흉내내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인간의 얼굴 근육은 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얼굴은 사람의 감정 상태를 나타내는 거울이다. 내가 말하는 사람과 비슷한 표정을 지으면 말하는 사람의 감정 상태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말을 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잘 듣는데 있다.
# 환한 미소를 지어라
긍정적이고 환한 표정을 짓도록 노력해라.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웃는 근육이 경직되어 있다. 지금 볼펜을 입술에 닿지 않게 하면서 치아로 물어 보라.
이렇게 하면 웃을 때 수축되는 얼굴근육이 수축되기 때문에 나의 뇌는 지금 내가 웃고 있다고 판단한다. 즉 긍정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태로 만화나 영화를 보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연구도 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연구에 따르면 미소 짓는 표정으로 보면 타인의 얼굴 표정을 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가 긍정적 감정을 느끼면 상대방도 행복해 보인다. 타인을 바라본다는 것은 결국 타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다. 긍정적 감정이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져오는 이유다. 성공한 사람이 웃는 것이 아니라 웃는 사람이 성공한다.
# 완벽주의를 버려라
하나의 실수와 잘못도 없이 모든 일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에 사로잡히면 직장에서 행복해지기 어렵다. 긍정적 자세로 성실하게 일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잘 하려다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스스로에게 좀더 관대해지고, 성공 집착을 버려야 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강박증에 가까운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완벽주의는 업무성취 능력과 대인관계를 모두 악화시킨다.
# 감사하는 자세를 가져라.
사람을 가장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감사하기 훈련이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면서 감사할만한 일을 5가지 정도 생각하거나 적도록 한다. 자기 전에 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감사 일기를 3주 정도 쓰면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석 달 동안 계속 쓰면 주위 사람들 모두 당신의 뛰어난 업무수행 능력과 원만한 대인관계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성공해야 감사할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감사할 줄 알아야 성공한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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