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건설 문제가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원내대표가 최근 세종특별자치시 특별법을 4월 중 처리키로 합의하자 정치권과 지방정부 간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명진 의원은 "행정중심 복합도시(세종시)는 망국으로 가는 대재앙"이라며 총대를 멨다. 반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세종시 폐기론은 충청도를 핫바지로 만드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나라당 이완구 충남지사도 "몇몇 피라미들이 세종시 문제를 흐린다"며 김문수 경기지사와 차 의원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세종시 문제가 여야간, 수도권과 충청권간 이전투구로 표류한다면 극심한 후유증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가 국토 균형개발을 명분으로 삽질을 시작한 채 떠넘긴 세종시 건설에 미온적이지만 해법도 제시하지 않아 갈등만 키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문제가 재ㆍ보선의 악재가 될까 봐 함구하고 있다. 정치권과 지방정부는 이해관계에 따라 강행과 백지화를 주장하며 입씨름만 하고 있다. 세종시는 중앙청사 등의 공사가 이뤄지면서 사업 진행률이 22%를 넘어섰다. 갈등이 지속된 채 공사가 진행된다면 국민의 혈세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중앙ㆍ지방정부, 여ㆍ야는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신빈곤층 구제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 투구해야 하는 비상시기다. 경제 위기 속에서 멀쩡한 세종로청사와 과천청사를 허물고, 42조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중앙부처를 옮기는 게 시급한 국가적 현안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지역 불균형 해소와 수도권 과밀억제를 명분으로 추진된 세종시가 국가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게 국민 다수의 뜻이라면 정부와 정치권이 총력지원해주는 게 순리다.
▦정부가 세종시 딜레마를 수수방관한다면 최악의 정부실패 사례가 될 것이다.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세종시를 강행할 것인지, 100년간 먹을 거리를 제공하면서 수도권 경쟁력도 유지하는 윈-윈 해법을 도출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업도시와 서울대 이전 등 국제교육도시 조성이 일자리 창출과 세수 증대에 효과적이라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충청권 발전 대책을 먼저 내놓아 국론분열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서울이 베이징, 도쿄, 홍콩, 싱가포르와의 동북아 허브도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보완책도 마련했으면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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