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업체들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경쟁이 도를 넘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수십 만원씩 현금을 뿌리는 단계를 넘어 급기야 월 7,000원대 가격 파괴 상품까지 등장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의 과열 경쟁으로 현금 살포와 더불어 초저가 출혈 상품까지 등장했다. 월 7,000원대 초저가 상품을 들고 나온 곳은 KT. KT는 일부 지역에서 전화국 명의로 배포한 전단지를 통해 100Mbps 광랜을 3년 약정시 월 7,950원에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가에서 '신학기 대잔치'라는 명목으로 월 9,390원에 제공하고 있다. KT의 광랜 라이트 기본료가 3년 약정시 2만5,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60~70% 이상 깎아주는 셈.
경쟁업체들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시장을 어지럽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월 1만원 이하 요금은 원가 이하 가격"이라며 "KT의 보조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이 과열 마케팅을 펼치는 것일 뿐"이라며 "일부 영업점에서 사은품 비용으로 요금을 깎아주는 경우가 있어 자체 단속 중"이라고 해명했다.
경쟁업체들도 뒤질세라 수십만원대 현금 살포와 사은품으로 맞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지역에 따라 신규 가입자에게 20만~43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LG파워콤도 신규 가입자 대상으로 21만~40만원대의 현금을 뿌리고 있다. 여기에 모니터 컴퓨터 TV 게임기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TV(IPTV)와 인터넷전화(VoIP)까지 포함해 결합상품으로 가입하면 현금 지급액이 최대 99만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문제는 파격적인 요금 할인과 현금 제공이 모두 신규 가입자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점. 특히 기존 장기 가입자의 경우 오래 쓸수록 오히려 혜택에서 멀어지고, 비싼 요금을 내며 신규 가입자들의 할인 마케팅 재원을 제공하는 꼴이다.
업체들은 시장이 과열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은 KT가 KTF 합병 이후 시장 지배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사전에 가입자를 끌어 모으려고 적극 움직이고 있다"며 "KT가 여기 맞대응하며 시장이 과열됐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형태로 마케팅 싸움이 벌어지다 보니 기존 가입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덧붙였다.
■ 방통위 "시장과열 조사 착수"
급기야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업체들의 과열 경쟁을 보다 못해 칼을 빼 들었다. 방통위는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지나친 과열 경쟁으로 시장을 흐리고 기존 가입자들을 소외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약 2주간에 걸쳐 시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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