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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12> 하늘의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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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12> 하늘의 무늬

입력
2009.04.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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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무늬 - 조용미

별이 하늘의 무늬라면 꽃과 나무는 땅의 무늬일까요

별이 스러지듯 꽃들도 순식간에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불멸을 이루나 봅니다

하늘의 무늬 속에 숨어 있는 그 많은 길들을

저 흩어지는 꽃잎들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이 꽃잎에서 저 꽃잎까지의 거리에 우주가 다 들어 있고

저 별빛이 이곳에 오기까지의 시간 또한 무한합니다

무한히 큰 공간과 거기 존재하는 천체와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인 우주를, 그 우주의 은하에서

나는 누구도 아닌 당신을 만났군요

자기 자신에서 비롯되는 마음처럼, 샘물처럼 당신과 나는

이 우주에서 생겨났군요

우주는 깊고 별들은 낮아

나는 별들의 푹신한 담요에 누워 대기를 호흡해 봅니다

천천히, 당신을 들이쉬고 내쉽니다

그러다 나는 밤하늘로 문득 미끄러지듯 뛰어내릴까요

너무 오래 살았거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이 있는 곳으로

남천에 걸린 남두육성의 국자별자리를 스쳐,

천공의 우주가 겹겹이 내려앉아 우리가 알 수 없는 오래전

어느 시간의 소우주를 보여 주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봉황과 학을 타고 하늘을 노닐며 사현금을 뜯는 신선들과

천지 공간을 가득 채운 일월성수의 별자리 따라

나는 당신의 전생으로 갑니다

우리는 어느 별에선가 또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이 별은 나의 것, 저 별은 너의 것, 어느 여름밤 우리는 그런 예쁜 장난을 쳐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별과 별의 거리가 무한에 가깝듯이 너와 나의 거리 또한 무한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정녕 몰랐다.

'이 꽃잎에서 저 꽃잎까지의 거리에 우주가 다 들어있다' 는 것을 그때는 정녕 몰랐다. 이제는 너무 먼 그대여. 깜깜한 밤하늘에 보이지 않는 그대여. 그러나 무한한 우주의 어느 별에선가 다시 만날 그대, 나의 사랑이여.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 조용미 1962년 생.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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