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범죄자 유전자 채취 신중하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범죄자 유전자 채취 신중하게

입력
2009.04.13 01:08
0 0

정부가 흉악 범죄자의 유전자 정보를 채취ㆍ관리하는 '유전자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유전자은행법)안을 확정, 공청회 등을 거쳐 다음달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유전자은행법 제정은 1994년과 2005년 정부가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라는 비판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등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마련한 유전자은행법은 11개 강력 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피의자나 형이 확정된 수형인을 대상으로 검찰 경찰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 구속 피의자가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수형인이 재심에서 무죄ㆍ면소ㆍ공소기각 판결을 받을 경우 정보를 삭제하기로 했다.

범죄자의 유전자 정보를 축적하면 흉악 범죄 예방과 수사기관의 신속한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재범률이 높은데도 증거 확보가 어려운 성범죄자 검거에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무고한 사람이 범죄 용의선상에 오르는 일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 효과와 달리 이 법안은 여전히 인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번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국가가 유전자를 강제 채취하는 것이 타당한지, 모든 범죄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상정하는 유전자은행 설립이 옳은지 등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아무리 피의자, 피고인이라 해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호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법안 중 구속 피의자의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게 한 부분은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반한다. 유전자 채취가 필요하다면 유죄가 확정된 수형인으로 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옳다. 불기소 처분된 구속 피의자의 유전자 정보를 삭제한다지만 수사기관이 기왕 취득한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가공해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신속한 행정처리를 신뢰하기 어렵다. 정보가 유출되는 극단적 상황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법 제정을 서두르기보다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보완책을 마련,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