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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X계의 김연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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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X계의 김연아 뜬다

입력
2009.04.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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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22일. 베이징 라오샨의 한 경기장에선 자전거 8대가 하늘을 날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사이클장애물경주(BMX).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생소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에 열광했고, 여자부 우승자 안느 카롤린 사우슨(프랑스)은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 한국. 한 고3 여학생은 경기 결과를 확인하며 4년 뒤를 기약했다. 자전거 한 대에 세계 제패의 꿈을 실은 박민이(19ㆍEBLK)가 그 주인공이다.

■ 동갑내기 연아처럼

'피겨 여왕' 김연아가 '꿈의 200점'을 돌파하며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지난달 29일. 박민이는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훈련에 지각을 하고 말았다. 인천 집에서 김연아의 연기를 손 모아 지켜보느라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것. "200점도 넘다니…. 너무너무 잘하더라고요. TV를 보니 제가 대회에 나갈 때 느끼던 떨림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하고…."

박민이는 'BMX의 김연아'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BMX계에서 화려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록스타 BMX 게임즈' 대회에서 박민이는 동양인 최초로 여자부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벌어진 'BMX 잼' 대회에선 2위에 입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음 목표는 오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챔피언십 제패. 월드챔피언십은 BMX 국제대회 중 가장 긴 25년 전통을 자랑한다. 피겨로 치면 세계선수권 격인 셈. 동갑내기 김연아처럼, 박민이의 꿈도 여물어가고 있다.

■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안고

박민이의 주종목은 '파크'. 장애물을 이용한 각종 기술 난도를 종합해 점수를 매기는 종목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정식종목은 시간을 다투는 '레이싱'뿐이다. 박민이도 올 하반기부터는 레이싱 종목에 집중할 계획.

"파크와 달리 8명이 한꺼번에 출발해야 하거든요. 몸싸움도 심한 것 같고 좀 무서운 건 사실이지만, 내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물론 다음 목표는 올림픽이죠."

일단 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민이를 지도하는 코리아익스트림바이크연맹(EBLK) 이윤호 기획이사는 "(박)민이는 보통 여자선수들의 2배인 4m 이상을 날아오른다. 높이 날수록 더 멀리 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점프 스케일은 레이싱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남과 다른 길 걷지만 후회는 없어

새내기가 된 친구들은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지만, 박민이는 대학 대신 '똘똘이'를 선택했다. 똘똘이는 박민이가 전용 자전거에 붙인 애칭. "애초 계획은 BMX 환경이 잘 갖춰진 대만으로 유학 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대회에 계속 나가다 보니 시기를 놓친 거죠.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박민이가 1년 중 해외에 머무는 기간은 100일 남짓. 전지훈련지인 대만과 대회 참가차 들르는 전세계 각국에서 만난 선수들이 박민이의 친구들이다. 글로벌 커뮤니티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가 놀이터. 국내에 머물 땐 학창 시절 친구들과 수다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사온 BMX 자전거에 재미를 붙여 지금까지 왔다는 박민이. 전훈 비용과 장비를 제공하는 해외 스폰서까지 생길 만큼 외국에서 더 유명한 그는 전인미답 고지에 대한 포부도 감추지 않았다. "BMX는 아무래도 남자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언젠간 꼭 남자부 대회에서 일등하고 싶어요."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사진=김지곤기자 jg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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