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깨끗한 정치를 강조했다. 국민도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잘 알고 있기에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그래서 그 충격은 더 크고 더 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8월 국무회의에서 "게이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을 때 국민은 '이번엔 다르겠지'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마지막 남은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게이트 걱정말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2~3억원을 건넨 시점(2005~2006년)에 나온 것이어서 허탈감은 더하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의 신선한 약속과 장담은 허언(虛言)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당선자 시절 "이권 개입이나 인사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 망신시키겠다"고 공언했다. 2003년 취임식에서는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 특히 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요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듬해 10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비자금을 수수한 의혹이 터지자 느닷없이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말로 국면을 비켜갔다. 2004년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지난 수십년간 끊어내지 못했던 정치와 권력, 언론, 재계 간 특권적 유착구조는 완전히 해체될 것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성큼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까지는 그나마 용인될 만 했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노건평씨에게 재임을 부탁하며 3,000만원을 건넨 것이 문제되자 노 전 대통령은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유불급이었다. 기자회견 직후 남 전 사장이 모욕감을 느껴 한강에 투신자살했다.
2005년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는 "정치자금의 불투명성을 청산하기 위해 정말 힘겹게 2년간 노력했다"고 강조했고 2007년 신년연설에서는 "권력형 비리는 없고 밀실, 측근 가신 이런 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100만 달러를 받은 것은 2007년 7월 전후. 그 즈음 그는 "공천헌금은 매관매직 범죄이며 가장 악질적인 부패범죄로서 철저하게 근절돼야 한다"(2007년 5월) "대선자금 수사와 나의 측근이 받은 정치자금 문제가 공개돼 부끄럽고 고통스러웠다. 정말 대통령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2007년 10월)고 말했다.
인터넷에 올린 '사과문'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한나라당 박순자 최고위원은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노회한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에 국민들은 참담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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