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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펠 "서울공연서 반바지 입고 무대 설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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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펠 "서울공연서 반바지 입고 무대 설 뻔"

입력
2009.04.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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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바리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영국 웨일스 출신의 오페라 가수 브린 터펠(43)이 7년 전 가진 첫 내한 공연에서 저지른 황당한 실수담을 고백해 화제를 낳고 있다.

터펠은 1989년 카디프 국제콩쿠르 가곡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뒤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깊고 장중한 저음의 베이스 바리톤과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연기로 세계 오페라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2001년 10월 방한해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 공연을 통해 드라마틱한 표현력과 카리스마로 국내 팬의 기립박수와 러브콜을 받았으며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9일 소개한 바에 따르면 터펠은 웨일스어 TV S4C의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회자인 소프라노 샨 코티에게 서울 콘서트 때 공연장 무대에 자신도 모르게 반바지를 입고 가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했다고 토로했다.

터펠은 당시 가을이던 서울의 기온이 예년에 비해 높았기 때문에 투숙한 호텔에서 짧은 바지 차림으로 지냈다. 그런데 자신의 반바지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채 상의만 연주복을 입고 콘서트장에 입장했다는 것이다.

키 193㎝의 당당한 체격 소유자인 터펠은 공연날이면 이것저것 신경을 쓰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잊고 했다는데 이날은 호텔에 바지를 놓아두고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공연 시작 몇분 전 무대에 도착해서야 바지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터펠은 난감했다. 호텔로 사람을 보내 바지를 가져와도 시간에 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관객에 '죄송하다. 반바지를 입고 왔다'고 변명할 계제도 못됐다"고 터펠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터펠과 신장, 체격이 너무나 흡사한 오페라 애호가인 한 관객이 나타나 그에게 꼭 맞는 정장 바지를 빌려준 것이다.

덕분에 터펠은 이날 공연을 성공리에 끝낼 수 있었다. 물론 관객에는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사실을 일절 불문에 부쳤다.

터펠은 공연 직후 바지를 주인에게 돌려주면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으며 호텔에는 다시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갔다.

그는 한국 팬 때문에 최초의 내한공연을 망치거나 취소 또한 연기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터펠은 지금도 바지를 빌려준 관객이 콘서트 내내 무엇을 입고 자신의 노래를 들었는지 궁금하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소탈한 성격인 터펠은 2007년 9월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올려질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보탄' 역을 리허설 도중 막내아들의 손가락이 부러지자 출연을 포기, 적지 않은 비난을 감수할 정도로 가정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북웨일스 캐어나본 교외의 한적한 마을에서 아내 레슬리, 아들 삼형제와 함께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공연에 나서고 있다.

터펠은 2004년 클래시컬 브리트 어워즈에서 올해의 남자 아티스트로 선정됐고 2007년에는 미국 그래미 음악상 최고의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앨범상을 받았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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