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리처드 필립스 선장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데 이어 미국 선박이 11일에도 또 납치됐다. 해적 활동이 대범해지면서 납치문제가 미국 정부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6명이 승선한 미국 업체 소유 이탈리아 예인선이 예멘 아덴만 인근에서 11일 납치됐다. 이탈리아인 10명을 포함, 선원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피랍돼 나흘째 억류 중인 필립스 선장의 구출 작전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또 다시 납치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인근 해역에서 초계활동을 하던 베인브리지호를 필립스 선장이 억류된 구명정 인근에 배치한데 이어 헬기를 탑재한 할리버튼호와 상륙공격함 복서호를 급파했다. 해적은 필립스 선장의 몸값으로 200만달러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해적의 가족을 포섭, 협상에 나서고 있다.
한편 필립스 선장을 제외한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선원들이 11일 오후 케냐 몸바사항에 입항하면서 희생정신을 발휘해 선원을 구한 필립스 선장이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원들에 따르면 해적들이 갈고리와 로프를 이용해 기어오른 후 총을 쏘며 공격하자 필립스 선장은 선원들에게 선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숨으라고 지시한 후 해적들에게 항복했다.
켄 킨 이등항해사는 AP통신에 "선장이 인질을 자처한 덕에 우리 모두 생명을 구했다"며 "선장은 영웅"이라고 말했다. 선원들은 해적 1명을 생포한 후 12시간 동안 포로교환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로이터통신은 필립스 선장과 해적이 탄 구명정이 소말리아 연안 32㎞ 지점까지 흘러가 있는데 당국은 해적이 필립스 선장을 끌고 육지로 도주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장의 신변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립스 선장은 9일 밤 바다에 뛰어들어 탈출을 시도했으나 해적에게 다시 붙잡혔다. 해적들은 미 해군이 공격적인 구출작전을 할 경우 선장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10일에는 프랑스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 억류된 인질 구출작전을 수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인질 1명이 해적의 총에 숨졌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