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를 10일 체포하고 아들 건호(36)씨에게도 소환 통보를 하면서, '500만 달러 의혹'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연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50억원)의 '진짜 주인'은 과연 누구인지, 돈은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가 의문의 핵심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 분당 자택에서 연씨를 체포하고, 자택과 서울 종로구 신문로 S빌딩에 있는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연씨의 동업자인 정모씨도 체포했다. 그 동안 소환조사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필요할 때 하겠다"고 해왔던 검찰이 소환절차 없이 신병을 체포하는 정공법을 취했다.
6일 홍콩 당국으로부터 받은 박 회장의 홍콩 APC계좌 자료 분석이 끝나자마자 연씨 신병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 동안 박 회장의 진술 등을 통해 사건의 윤곽을 그려온 검찰이 계좌자료 분석에서 연씨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검찰은 일단 연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초점은 500만 달러와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틀 전인 지난해 2월22일 500만 달러를 연씨의 홍콩 계좌로 송금했다. "개인간 투자거래일 뿐이며,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 가족을 통해 듣게 됐다"는 게 노 전 대통령측과 연씨측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이 돈과 관련이 있다는 정황을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연씨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 지 많은 시일이 지나 남아 있는 자료가 거의 없었다"면서도 "수사상 필요에 따라 이 시점에 한 만큼, 우리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수사상 필요에 의해'라는 말은, 그 사이에 연씨가 받은 돈의 성격 규명을 위한 다른 작업을 해왔다는 의미로 읽힌다. 압수 수색에서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어도 수사에 별 차질이 없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노 전 대통령 부부 소환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애초 일러야 다음주 후반쯤이 될 것으로 관측돼 왔지만, 연씨 조사결과에 따라 증거인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소환을 서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연씨와 함께 박 회장을 만나고, 연씨가 세운 해외 창투사의 대주주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건호씨도 미국에서 소환 통보를 받고 곧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00만 달러의 실체가 다음 주 중에는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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