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탈크'로 의약품을 제조해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 명령을 받은 120개 제약회사 중 24개 업체가 당국의 허가 없이 탈크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긴급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식약청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일양약품, 삼천당제약 등 24개 업체가 제출한 '석면 탈크' 사용 의약품 리스트를 검토한 결과, 탈크 사용을 허가하지 않은 40개 품목이 포함된 사실을 밝혀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리스트 작성 과정에서의 단순 착오인지, 아니면 일부 업체가 당국에 신고한 제조공정과 달리 임의대로 석면에 오염된 탈크를 사용해 의약품을 만들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도 "제약업체를 방문해 제조지시서와 입출고 대장 등을 확인한 결과, 탈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식약청이 당초 내준 허가 서류에는 사용허가가 나지 않은 품목이 발견됐다"며 "어디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식약청은 공식적으로는 '단순 착오'와 '탈크 무단 사용'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있으나, 24개나 되는 업체에서 평균 1~2개 품목씩 문제가 된 점으로 미뤄 업체들이 임의로 제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체의 '무단 사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석면 탈크' 파동은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제약업체가 당국 허가 없이 약품 제조공정을 마음대로 변경한 문제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와 품목은 CJ제일제당의 브로스포린정과 알말정, 구주제약의 메부틴정, 일약약품의 셀타민정ㆍ속코정, 삼천당제약 판티콘에프정, 청계제약 뉴로펜정 등이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식약청이 전날 판매 중지ㆍ회수 조치를 내린 1,122개 가운데 '석면 탈크' 사용여부가 불확실한 이들 40개 품목을 제외한 1,071품목을 10일부터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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