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시내의 한 일선 세무서에 "3주택자가 지금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전화 문의를 했다. 양도세 담당 직원으로부터 "기다려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3월에 집을 팔았어도 양도세 예정신고는 5월말까지만 하면 되니, 국회에서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지켜본 뒤 신고하는 게 좋겠다"는 설명이었다. 만에 하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 일선 세무서에서는 현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과 업무를 되도록 뒤로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결국 국회라는 문턱을 넘지 못해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양도세 중과 폐지는 정부가 당연히 국회 통과를 전제로 지난달 16일 발표와 동시에 시행에 들어간 상태여서, 더더욱 그렇다. 물론 정부도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니 할말은 없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가 국회에서 무산될 경우, 당장 현재 45%의 세율로 중과되는 3주택이상 보유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 말만 믿고 즉 양도세가 내려간다는 말만 믿고 집을 팔았다가, 원래대로 중과세될 경우 가만히 있을 납세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대책 발표 일부터 시행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국세청은 이미 3주택자에 대해서 기본세율로도 양도세 예정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 개정이 안되면 이들로부터 양도세를 추가징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추가징수분에 대해선 10% 예정신고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등 납세자에게 피해 및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납세자의 반발도 무섭지만, 행정상 낭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선 세무 창구에서는 "법안 통과 전까지는 현행법대로 중과세율을 매기는 편이 혼선을 줄였을 것"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 당시 "충분한 당정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국회 통과에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던 기획재정부도 중과 폐지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 전망과 관련해선 다소 신중해졌다. 하지만 양도세 완화 흐름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양도세와 관련 "필요하면 세제상 규제를 좀더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양도세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추가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고, 국회에 제출돼있는 중과 폐지 법안의 사전 시행 논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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