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함으로써 김정일 3기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11년 만에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고, 국방위원회를 강화하는 등 김정일 3기 체제를 뒷받침할 보강 작업도 함께 이루어졌다고 한다.
각본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 체제를 재구축한 것이지만 주목해 볼 만한 대목도 적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인공위성 발사' 자축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와병으로 흔들렸던 김 위원장의 건재와 통치력 회복을 대내외에 과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한 우려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 조성과 체제결속 효과를 노린 다목적 이벤트였던 셈이다. 김 위원장의 매제로 권력 2인자로 꼽히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새롭게 국방위원에 선임된 것은 후계체제 구축과정의 관리자 역할과 관련해 관심을 끈다.
그러나 김정일 3기 체제가 대내외적으로 직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후계구도가 여전히 불안한 데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 달성을 공언해온 사회주의 강성대국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혁명적 대고조 분위기를 조성하며 대대적인 주민 동원에 나서고 있지만 자력갱생만으로 만성적인 식량 부족 사태 등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도 김정일 3기체제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체제의 경직성과 사회주의 비효율로 스스로의 발전 동력을 상실한 북한이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나 정상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부세계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통한 군사강국을 고집하는 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행여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위기를 조성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김 위원장은 현실을 직시하고, 하루빨리 6자회담 복귀와 남북관계 복원의 돌파구를 여는 현명한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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