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서 검정조사심의회가 어제 역사왜곡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중학교용 역사교과서 1종의 검정 통과를 최종 결정했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하고 지유샤가 발행할 이 교과서는 같은 모임이 편찬, 한일 양국 간 역사갈등의 주요 현안이 되어 온 후소샤판 교과서와 내용과 시각이 대동소이한 것으로 분석됐다.
검정과정에서 모두 560곳을 정정했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근거한 '한반도 위협설'과 '임나일본부설' 등의 뼈대는 그대로 남았다. 또 일제의 조선 병탄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기술도 여전하다. 교과서 역사서술에서 이웃나라 국민의 역사감정을 배려해야 한다는 이른바 '근린제국조항'이 검정과정에서 얼마만큼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는지가 의심스럽다. 정부가 일본 정부에 항의하고, 국민이 반발하는 이유다.
다만 1983년에 시작된 교과서 문제가 4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비슷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은 일시적 반발과 흥분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일깨운다. 우선 현재의 교과서 검정체계로 보아 일본 정부의 역할에는 형식적 한계가 있고, 이런 한계는 개별 사실에 대한 기술보다 전체적 흐름과 시각이 문제가 될 때 두드러진다.
K출판사의 현대사 기술 수정과 관련한 국내 논란도 좋은 예이다. 이런 점에서 후소샤판 '새역모' 교과서의 채택률이 0.39%에 머물러 실제 교과서 시장에서 의미를 갖지 못하게 한 가장 큰 힘이 일본 시민사회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저조한 채택률과는 대조적으로 후소샤판 교과서가 논란의 중심에 섰고, '새역모'의 분열이 새로운 역사왜곡 교과서의 검정통과로 이어진 과정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애초에 교과서를 통한 왜곡된 역사인식의 확산보다 일본 내부의, 나아가 국제적 논란 확대에 따른 관심 환기가 '새역모'를 비롯한 일본 우파의 노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명한 비난과 항의를 하되, 지나치게 논란을 키우지 않을 조용한 방법을 택하는 동시에 실제 채택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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