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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 받을 악덕 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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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 받을 악덕 사채

입력
2009.04.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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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때문에 사채를 썼다 갚지 못한 여대생이 사채업자로부터 윤락행위를 강요당하다 이를 안 부친의 손에 희생되고 부친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여대생 이모(당시 21세)씨는 2007년 3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다 서울 강남의 한 대부업체를 찾았다.

이씨와 함께 간 친구 강모(23), 장모(22)씨는 업자 김모(30ㆍ구속)씨에게 각각 300만원씩 빌렸다. 선(先)이자 명목으로 35만원을 떼고 90일간 매일 4만원씩 360만원을 갚는 조건. 이들은 급한 마음에 손을 벌렸지만, 연리 345%의 고리사채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이씨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자 김씨는 악덕업자의 본색을 드러냈다. 500만원을 다시 빌려주며 대부분을 미변제금과 선이자, 수수료로 뗀 뒤 100일 동안 6만원씩 모두 600만원(연리 430%)을 갚도록 재계약 했다. 갚지 못한 원리금을 이율을 높여 재대출하는 '꺾기' 수법이었다. 김씨는 미등록 대부업자 3명과 짜고 채권을 불렸다. 이씨 등의 빚은 1년 새 1,500만원씩으로 늘었다.

뒤늦게 사실을 안 장씨의 부친은 딸의 빚을 갚았지만, 이씨와 강씨는 강남의 룸살롱에서 강제로 성매매를 해야만 했다. 김씨는 대출 당시 확보해둔 두 사람의 휴대폰 속 연락처를 무기 삼아 "돈을 갚지 않으면 사채 썼다가 몸 팔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와 남자친구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하며 이들이 번 돈을 가로챘다.

강씨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역삼동 S룸살롱과 신사동 V룸살롱을 전전하며 김씨에게 1,800만원, S룸살롱 마담 최모(41ㆍ구속)씨에게 9,700만원을 고스란히 빼앗겼다.

지난해 4월부터 대치동 B룸살롱에서 일하게 된 이씨는 결국 부친(당시 52세)에게 도움을 청했다. 부친은 그새 수 천만 원으로 불어난 빚을 갚을 방도가 없다는 막막함과 접대부가 된 자식에 대한 분노를 견디지 못했다. 결국 그는 지난해 11월 25일 딸을 찾아가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이틀 뒤 평택의 한 저수지 부근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되레 이씨와 대출금 맞보증을 섰던 강씨에게 "이씨 몫까지 갚으라"며 강요했다. 견디다 못한 강씨는 이씨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그간의 사정을 알렸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김씨 등 대부업자 4명과 룸살롱 마담 최씨 등 5명을 구속하고, 대부업체 종업원 양모(33)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대부업자들은 최고 연 680%의 살인적 이자를 받아 33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고, 피해자를 동영상으로 찍어두거나 성추행 하는 등 불법 추심 행위를 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돈을 빌린 212명을 상대로 추가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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