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 탈크'가 사용된 1,122개 의약품에 대해 9일자로 판매중지및회수명령을 내렸지만, 부실한 대책으로 일선 병·의원과 약국, 환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식약청은 이날 병·의원의 처방전에서 이들 약품이 사용되지 않도록 의사들의 처방 전산시스템에 해당 약품에 대해 사용금지 품목이라는 자동 알림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병·의원의 처방 등을 감독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이 같은 시스템을 조만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정작 심평원 관계자는 "병·의원의 처방 전산시스템이 모두 다르고, 심평원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동 알림창 제공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심평원 홈페이지에 금지품목 명단을 올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병·의원별로 독자적인 조제처방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어 해당 약품이 처방되지 않도록 일괄적으로 전산화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심평원과 병·의원 처방 시스템을 연결하는'의약품 조제처방 자동점검 시스템'(DUR)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만 하고 있다.
식약청이 "병·의원의 처방 전산시스템이 성분별로 돼 있어 의사들이 다른 대체약을 쉽게 검색해 처방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사실과 달랐다. 대부분 병·의원 전산시스템에는 해당 의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약사의 제품만 등록돼 있다. 결국 1,122개 의약품에 포함되지 않은 동일성분의 다른 제품을 처방하려면, 의사들이 일일이 제약사에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한 중소 종합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의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식약청도 제약사도 문제가 된 품목의 대체 의약품을 알려주지 않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모대학병원 관계자도 "당장 환자들에게 어떤 약품을 대체로 처방해야 할지 체계조차 안 잡혔다"고 말했다.
약국들 역시 회수 대상이된1,000여개의 약품을 일괄적으로 확인 할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서울 신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약사는 "오후부터 처방전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식약청 홈페이지에 있는 판매금지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며 "금지 품목이 처방된 경우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병원에 알리고, 제약사에 대체약이 어떤게 있는지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환자들대로 "병원과 약국이알아서 판매금지 명단에 없는 약들로 처방해 줘야 하는데, 병원과 약국도 우왕좌왕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답답해 했다. 아이가 아파 이날오후 소아과를 찾았다는 김모(36·여)씨는 "처방 약에 무엇이 사용됐는지 환자들은 어차피 모르기 때문에 의사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의사도 '괜찮다'고만 한다"며 걱정했다.
특히 이날 식약청은 판매중지 의약품 명단을 발표하면서, 시중에 유통되지도 않은 제품을 포함시켜 졸속 발표라는 비난을 받았다. 식약청이 이날 회수 명령 명단에 올린 동국제약의 '인사돌정'의 경우 현재 유통되고 있는 제품은 모두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일본산 탈크를 사용한 것. 이 회사는 지난 2월 '석면 탈크' 제조업체인 덕산약품으로부터 탈크를 공급받아 이 약품을 제조하기는 했지만, 석면탈크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제품을 모두 봉인 처리하고 유통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식약청 관계자는 "덕산약품의 탈크가 공급된 이상 명단에서 뺄 수는 없다"며 "봉인 처리 여부를 확인한 뒤 회수명령을 풀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대혁 기자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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