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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기업보험 영업부 'GFC' "우린 5060 보험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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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기업보험 영업부 'GFC' "우린 5060 보험맨"

입력
2009.04.1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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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생명의 기업단체보험 영업조직인 GFC(Group Financial Consultant) 사업부서 근무하는 강창원씨의 나이는 올해 64세. 이미 2003년 전 직장(현대중공업)에서 정년퇴직을 한 그이지만, 제2의 직장인 보험 영업현장에서 이팔청춘의 혈기왕성함을 과시하고 있다. 2005년부터 GFC로 활약한 그가 오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억'대에 이른다. 과거 직장에서 그가 퇴임하기 직전 부장급으로 받던 연봉보다도 오히려 2~3배나 많은 수준이다.

9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이 회사 GFC 사업부에는 강씨처럼 사회적으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대기업 및 금융권 출신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찾아 몰려들고 있다. 최근 명예퇴직 바람이 불면서 이 부서 인원은 작년 1,500명 정도에서 올 3월말 현재 2,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부서의 80%는 나이가 40~50대로, 소위 보험업계의 '실버특수부대'로 통한다.

나이는 많지만 실적은 진짜 '특수부대' 급이다. 기존 영업맨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미 임원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집에서 노후를 보낼 연령임에도, 이들의 영업성과는 젊은 사람들을 훨씬 능가한다. GFC 사업부의 2008년 수입보험료는 약 1조원. 웬만한 중소 생명보험사의 연간 수입보험료와 맞먹는 규모다. 이렇다 보니 소득도 오히려 퇴직 전보다 높다. 작년 GFC 사업부의 1인당 평균소득은 월 500만원에 육박하고, 게다가 10명중 3명은 억대 연봉자다.

전직장에서 내보낸 퇴직자들이 새 직장에서 이처럼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이유는 다름아닌 그들의 연륜과 인적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GFC 사업부는 기업 단체보험, 퇴직연금을 판매하는 곳. 기업단체보험은 기업이 임직원의 장해, 질병, 소득상실 등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기업별로 영업을 하다 보니 최고위 경영진을 직접 만나서 풀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데, 바로 이 점에서 특정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인맥을 갖춘 퇴직자들이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삼성생명 GFC의 전직은 다양하다. 삼성중공업, 하이닉스, 아시아나항공, 코오롱건설 등 주요 대기업 출신 임원들을 비롯해, 은행 부행장, 상호저축은행 대표, 도청 국장, 주한 외국대사관 직원까지 각계각층에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백은호 삼성생명 부장은 "GFC와 같은 부서는 보험회사에도 물론 큰 보탬이 되지만,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노인 일자리 문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8년 세계보건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평균 나이는 78.5세다. 퇴직연령은 길어봐야 53~54살이므로 퇴직 후 25년 정도를 더 살아야 한다는 얘기. 특히 요즘처럼 경제위기가 닥치면 가장 어려운 계층이 노인들이라는 사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GFC처럼 퇴직자들을 위한 일자리는 ▦기업엔 새로운 수익원을, ▦사회엔 노인문제 해결을, ▦퇴직자 자신에겐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고령 퇴직자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돈벌이' 이상을 의미한다. 일을 함으로써 건강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사회적 존재감을 스스로 느낀다는 것이다. 소득의 상당액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다는 강창원씨는 "돈을 버는 것보다 일과 함께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라며 "적어도 70살까지는 영업전선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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