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인규(사진) 대검 중수부장이 "(수사 순서가) 다 흐트러졌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앞당겨 지면서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전체 수사를) 반팔 입을 때까지 해야 할지, (다시) 긴팔 입을 때까지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됐다"고도 했다.
이 중수부장은 9일 기자와 만나 "(박연차 회장 관련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 부분은 신중을 기해서 맨 마지막에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다"며 "대통령을 지낸 분이 (자신 때문에) 사법처리 된다고 하면, 박 회장이 마음이 흔들려서 (정치인 등)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금품제공) 부분은 아예 입을 닫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가 앞서가고 노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사과문을 올리면서 애초 계획했던 대로 수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은 애초 이번 주에 전직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이후로 미뤘다. 온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수사를 하다 보니 "보통보다 200%는 힘들다"는 말도 했다.
이 중수부장은 박 회장의 현재 태도에 대해 "나름대로 씩씩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속이야 그렇겠느냐"고 말했다. 여당측에서 "노 전 대통령측이 모아 놓은 당선축하금을 박 회장이 보관하고 있다가 조금씩 전해준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 회장의 진술 태도나 말하는 것을 보면 박 회장 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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