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짧아진 만큼 만개한 꽃을 즐기려는 상춘객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요즘이다.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꽃나들이에 빠지지 않는 것이 사진 촬영. 화사한 봄꽃을 배경으로 근사하게 찍고 싶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소중한 추억을 좀 더 멋진 사진으로 남겨 오래 간직할 수 있을까.
■ 꽃보다 햇살을 좇을 것
소형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뿐 아니라 렌즈교환식 카메라(DSLR)가 많이 보급된 만큼 조금만 신경쓰면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무엇보다 사진은 빛의 과학이다. 따라서 "굳이 꽃이 아니더라도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봄은 야외에서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게 후지 사진교실 강사 윤형제씨의 말이다.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장소를 고르는 것 못지않게 사진 찍기에 알맞은 햇빛을 찾아 다니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자연히 시간대 선정도 중요하다. 꽃의 제 색깔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강렬한 한낮의 햇빛보다 아침, 저녁의 부드러운 광선이 좋다. 네이버 사진 파워블로그 '야생베리' 운영자 조은해씨는 "빛이 너무 강하면 사진 상의 꽃의 색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꽃 사진은 주로 아침 또는 오후 4시경에 찍는다"고 말했다.
촬영 장소도 약간은 그늘진 곳이 사진을 예쁘게 찍기에는 더 낫다. 햇살이 너무 강하면 콘트라스트, 즉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명암 차이가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난다.
빛의 방향은 카메라가 햇빛을 등진 순광으로 찍는 게 기본이다. 꽃의 색상에 따라서도 빛의 조절은 달라진다. 흰색 꽃은 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촬영 시 빛의 양을 조절하는 노출값을 적정 수치보다 약간 부족하게 맞춰야 제 색상을 살릴 수 있다.
야간 풍경 감상은 봄꽃놀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지만 역시 빛 조절 때문에 사진으로 남기기는 쉽지 않다. 자동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뜨려 찍는 수준으로는 얼굴은 밝고 배경은 어둡게 나올 뿐 어떤 경치인지 전혀 알아챌 수 없다.
약간의 빛으로도 촬영이 가능하도록 빛에 대한 민감도인 감도를 많이 높이고, 삼각대로 고정시킨 채 셀프타이머로 촬영을 하면 비교적 나은 야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 인물이 중앙에 오는 구도는 안 좋아
경치에 취해 인물 사진을 찍을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사람이 파묻힌 사진을 찍는 일이다. 꽃과 인물을 똑같이 강조하면 평범한 사진이 된다. 사람은 상반신만 나오더라도 될 수 있는 한 가까이 당겨 찍는 게 좋다.
조리개 조절로 심도를 얕게 해서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배경은 흐릿하게 찍는 것도 화사한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의 주제를 간단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프레임에 주변의 모든 것을 다 넣으려 말고 가급적 단순한 구도로 찍어야 작품 사진처럼 찍을 수 있다.
단 전문가들은 인물이 돋보이는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으로 인물을 중앙에 배치하는 구도로 촬영에 임하면 아마추어의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물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치게 놓고, 시선 처리 또한 정면을 보게 하기보다는 꽃을 지긋이 바라보는 분위기로 찍는 게 좋다.
■ 기술보다 마음이 우선
하하호호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작가 왕태균씨는 "사진 촬영 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대상에 대한 마음을 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테크닉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느낌이 없는 사진은 좋은 사진이 될 수 없다. 피사체에 애정을 담아 촬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밖에도 촬영을 생각한다면 봄꽃놀이에 나설 때 의상에도 조금 신경을 쓰는 게 좋겠다. 다채로운 색상의 화려한 봄꽃이 배경이 되는 만큼 파스텔톤이나 아이보리 등 부드러운 단색의 의상이 사진의 밝은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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