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를 잃었을 때 절망했다면 오늘 내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9일 김해 롯데스카이힐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SBS코리안투어 국내 개막전인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 의족을 착용한 아마추어가 초청 선수로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엠마누엘 하벨야나(56ㆍ필리핀). 25세 때 총기 오발 사고로 3주간 일곱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오른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하벨야나는 골프로 새 삶을 찾았다. 5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아 핸디캡 4 정도의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던 그는 지금도 핸디캡 11~12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으며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00야드에 달한다.
박재경(25) 등과 한조로 챔피언티에서 동등하게 플레이 한 하벨야나는 이날 버디 없이 트리플보기 3개, 더블보기 8개, 보기 4개를 묶어 32오버파 104타를 쳐 출전선수 143명 중 꼴찌에 머물렀지만 "입상 욕심보다 의족을 하고서도 프로 선수들과 함께 겨룰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고 기뻐했다. 선두에 무려 38타 뒤진 꼴찌였지만 아름다운 도전 그 자체였다.
세계적 청과회사인 돌(Dole) 코리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하벨야나는 "균형을 잡기 어려워 스윙을 하고 난 뒤 넘어지기 일쑤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또 "한쪽 다리를 잃었을 때 절망했다면 오늘 내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희망을 갖고 준비하면 밝은 내일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앤드류 츄딘(호주)은 6언더파 66타를 쳐 단독 선두에 올랐고 베테랑 강욱순(43)은 5언더파로 1타차 2위에 자리했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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