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에서 호적 등재를 거부, 그 동안 무호적 상태였던 독립운동가 62명에게 정부가 호적(가족관계등록부)을 만들어 수여한다.
국가보훈처는 13일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식에서 신채호 선생 등 무호적 독립운동가 62명에게 가족관계등록부 증서를 수여한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1912년 조선총독부가 식민 통치를 위해 '조선민사령'을 제정하자 "일제의 호적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며 등재를 거부한 뒤 무호적자로 순국했다. 정부는 최근 법률을 개정해 독립운동가의 경우 이미 사망했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할 수 있도록 했다.
신채호, 이상룡, 안무, 김창현, 안승원 선생 등 5명의 가족관계등록부는 서울 중앙기념식장에서 유족에게 직접 수여되고 이석주 선생 등 57명의 경우 지방기념식 등을 통해 유족에게 전달된다.
신채호 선생은 신민회 창건에 참여했고, 민족주의 역사서술로 독립의식을 고취했으며 이상룡 선생은 임시정부의 국무령(위원)을 역임했다. 안무 선생은 봉오동전투에 참가했으며 김창현 선생은 조선독립단 황해지단을 조직해 군자금을 모금했다. 안승원 선생은 신의주에서 3ㆍ1운동을 주도하고 임시정부의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냈다.
기념식 직전에는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한 애국선열 6명의 유해봉환식도 거행된다. 미국에서 동포의 권익단체인 공립협회를 창립한 송석준 선생, 조선의용대 미주후원회를 조직한 최능익 선생, 중국 충칭임시정부 외무부 정보과장 등을 지낸 이정호 선생, 광복군 총사령부 제4과원으로 활동한 정명 선생, 3ㆍ1운동에 참가한 김백평 선생, 미국에서 대한인국민회 지방회의 회장 등을 지낸 장용호 선생 등이다.
보훈처는 또 임정 수립 90주년을 맞아 56명의 독립유공자를 발굴해 포상한다. 건국훈장 애국장 28명, 건국훈장 애족장 20명, 건국포장 4명, 대통령 표창 4명이다.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는 김알렉산드라 여사는 러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로, 1918년 러시아 감옥에 수감된 이동휘 선생 석방운동을 전개했다. 한인사회당 조직을 주도하고 산하 군사조직인 한인사회당 적위군을 지원했다.
서간도지역의 주요 무장단체인 서로군정서에서 무장투쟁을 전개한 이병철 선생, 북로군정서 출신 독립군으로 청산리전투에 참가했던 강승경 선생도 각각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는다.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는 안태순 선생은 안중근 의사의 숙부로, 러시아 연해주에서 자금 모집 등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한편 이번 임정 수립 90주년 기념식은 서울과, 임정의 주요 거점이었던 중국 상하이ㆍ충칭,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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