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미처 갚지 못한 빚'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다시 말해, 노 전 대통령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수억원을 어디에 썼을까.
노 전 대통령은 "저의 집(부인 권양숙 여사)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했다"고 했다. 박 회장이 후원금이나 로비 명목으로 건넨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쪽이 '먼저' 요청했다는 뜻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시점은 2005~2006년이어서 관심은 자연스레 당시 노 전 대통령쪽의 '갚지 못한 빚'이 대체 무엇이었는지에 쏠리고 있다.
우선, 취임 초기부터 노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생수회사 '장수천'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 새로운 금전적 채무관계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장수천을 설립했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결국 2000년께 40억원에 가까운 채무를 떠안게 됐다. 최도술ㆍ홍경태씨 등 측근들이 총동원되고,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문제는 해결됐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1996년 장수천 공장 설립 당시 장수천 대표였던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 홍경태씨가 생수자동화 설비를 담당했던 서모씨에게 '해결되지 않은 빚' 5억여원을 남겨두고 있었던 것. 결국 홍씨는 채무탕감을 조건으로 한 서씨의 청탁에 따라 2006년 건설공사 수주 과정에 개입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경찰 수사를 받은 끝에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장수천의 실제 주인은 홍씨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었던 만큼, 새로 튀어나온 빚 문제를 해결하고자 박 회장에게 '급전'을 받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굳이 부인 권씨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노 전 대통령과 상관 없는 권 여사의 개인적인 채무였을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그러나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 대신, "검찰에 나가 밝힐 것"이라고만 말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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