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로켓을 발사하면서 쏟아부은 돈은 3억~5억달러로 추산된다. 식량으로 환산하면 100만톤이 넘는다. 북한의 식량부족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심각한 식량위기로 내부 단속에 부심하고 있는 북한이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한 걸까.
북한은 1998년과 2006년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해 경제적 이득을 쏠쏠하게 챙겼던 전례가 있다. 미사일을 발사해 겉으로는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면서 뒤로는 수지맞는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했던 셈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같은 셈법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은 금창리 핵 시설 문제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던 1998년 8월 대포동1호를 발사했다. 그러자 미 빌 클린턴 정부는 이듬해 5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평양에 보내 달래기에 나섰다.
같은 해 9월 북미 미사일 회담을 통해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유예했고 미국은 북한에 매년 3기의 인공위성 발사와 10억달러 상당의 식량을 수년 간 지원키로 했다. 막판에 무산됐지만 '페리 프로세스'로 불린 북미 간 빅딜에 대해 퍼주기 논란이 불거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또 대포동1호를 통해 주력 수출품인 미사일의 능력을 입증했다. 북한은 90년대 들어 매년 10억달러의 미사일을 수출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판로가 막히던 차였다.
하지만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1호 발사를 계기로 이란 시리아 등 막대한 오일달러를 가진 중동국가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북한이 이들 국가와 미사일 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은 2006년 7월 대포동2호를 발사했다.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2,400만달러를 동결하면서 북미대화가 단절된 상황이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실패하자 10월 핵 실험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에 미국은 6자회담을 재개했고, 당사국들은 2007년 2ㆍ13합의를 통해 북한에 중유 100만톤 상당의 에너지와 설비를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은 한발 더 물러서 3월에는 북한의 BDA 계좌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족쇄를 풀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북한의 속보이는 계산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미흡하나마 미사일 기술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면서 이에 대한 수요는 늘겠지만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이라는 차단막이 만만치 않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대화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이를 위해 과거처럼 그냥 퍼줄 수 있는 경제 여건도 아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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