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의 요격을 받고 죽기 위해 무단으로 국경을 넘었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 자살에 실패했습니다."
비행학교에 다니는 캐나다인이 미국 영공을 무단 침입해 6시간이나 비행하며 미국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AADC)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북한 로켓의 발사궤적을 정밀 추적해 성가를 높인 NAADC가 무면허 조종사가 운전한 소형비행기에 망신을 당한 것이다.
사건의 주인공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슈피리어호 호반 도시 선더베이에 사는 애덤 딜런 레온(31)씨. 터키계 이민자로 지난해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한 그는 6일 자신이 다니던 비행학교에서 소형 '세스나 172'를 훔쳐 미국을 향해 무작정 비행을 시작했다.
미 공군은 비행기가 위스콘신주를 가로질러 미시간주로 들어설 때가 돼서야 불법 비행체를 확인하고 추적에 들어갔다. 이후 세스나는 일리노이주와 캔사스주를 계속 비행했고 연료가 떨어진 뒤에야 미주리주 시골 고속도로에 착륙했다. 레온이 비행기를 고속도로 옆에 세운 후 자동차를 얻어 타고 인근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 마시다 경찰에 체포되면서 소동은 막을 내렸다.
NAADC는 "문제의 비행기에서 테러 혐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비행 안전 차원에서 감시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온이 비행을 하는 동안 인근 상공의 민간 비행기에 세스나기를 조심하라는 주의보가 전달되고 위스콘신주 주도 매디슨에서는 공공기관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소동이 이어졌다.
레온은 경찰에 체포된 후 "개인 고민 때문에 살고 싶지 않아 미국 영공을 침입했는데, 미 공군 전투기는 신호탄만 쏠 뿐 비행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온은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온의 캐나다 비행학교 동료와 교수들은 "그는 성실하고 뛰어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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