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체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백'을 이끌어낸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불법 자금 의혹들을 풀어줄 핵심 인물임을 노 전 대통령 스스로 확인해 준 셈이다.
정 전 비서관은 이미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50억원을 중개한 것으로 알려져 그 뭉칫돈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한테 받은 돈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 부부 조사와 관련,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먼저 충분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노 전 대통령 부부의 혐의 입증에 그가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맡았던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인사관리와 재무ㆍ행정업무, 국유재산 관리 등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어 청와대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직책으로 통한다. 하지만 권 여사가 대통령 부인의 업무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놔두고 정 전 비서관을 돈 거래 통로로 이용한 데에는 그의 직책보다는 그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사적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오랜 친구이다. 권 여사와도 충분히 허물없이 사적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관계였다고 추정된다. 때문에 권 여사가 부탁하는 궂은 일도 정 전 비서관이 도맡아 했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권 여사가 받은 돈이 개인적인 빚을 갚기 위한 것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해명이 맞다는 것을 전제로 한 추론이다.
권 여사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한테 받은 돈은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의 체포영장에 적시한 3억여원이 아니라, '1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3억원과 10억원이 별개인 것으로 보고 있다. 3억원은 정 전 비서관이 권 여사의 부탁과 무관하게 따로 챙긴 돈이라는 말이다. 정 전 비서관이 이 돈을 어떤 명목으로 받아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일단 3억원 수수 혐의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권 여사에게 건네진 10억원의 성격이 무엇이냐에 따라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역할이 상당히 많은 영역에 걸쳐 있어, 과거에도 구속된 사례가 많다"며 "불법자금이 어디와 어떻게 관계된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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