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64ㆍ구속)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억원을 받아 채무변제에 사용한 사실을 스스로 시인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나 권 여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7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인 '사람 사는 세상'에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저의 집에서 부탁하여 받아 사용한 것이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저의 집'은 부인 권 여사를 뜻한다고 노 전 대통령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갚지 못한 빚'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대검 중수부는 이날 아침 정 전 비서관을 그의 집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다. 2005~2006년께 박 회장에게서 3억원 가량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다.
노 전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하겠으며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검찰수사에 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려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사과드립니다'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사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박 회장이 조카사위 연철호(36)씨에게 건넨 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50억원)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퇴임 후 이 사실을 알았지만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며 "특별히 호의적 동기가 개입된 것으로 보였지만, 성격상 투자이고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을 참고하겠다"며 "글에 대한 조사여부는 정 전 비서관 조사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 여사에게 전달된 수억원과, 정 전 비서관이 챙긴 3억원은 별개의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권 여사에게 알선수재, 정 전 비서관에게는 알선수재의 공범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돈 받은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 혐의로 사법처리 될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밝혔다.
대전지검 특수부(부장 이경훈)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회장은 2004년부터 창신섬유와 시그너스 골프장 등에서 회삿돈 266억원을 빼돌려 노 전 대통령 후원을 위한 ㈜봉화 설립자금 및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의 정치자금 등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전날 체포한 김덕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김 전 의장의 비서실장 시절인 2004년께 박 회장에게서 받은 것으로 드러난 수천만원의 불법 자금이 김 전 의장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역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전날 소환했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이날 다시 불러 밤 늦게까지 조사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사과 전문
사과드립니다.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힙니다. 지금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할 것입니다. 그리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에 관하여도 해명을 드립니다. 역시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퇴임 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사업에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9년 4월 7일 노 무 현
이진희기자
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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