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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문화예술계의 노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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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문화예술계의 노사 갈등

입력
2009.04.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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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학교, 공공기관, 언론사 등 거의 전방위적이다. 전국금속노조 비정규직 회원들이 서울 모터쇼 행사장 앞에서 자동차에 선지, 소 피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기업이 노동자들의 피로 이익을 얻고 있으며,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피를 볼 것'이라는 위협이다.

지난 정부에 싹튼 '탈법과 무책임'

한국영화 진흥정책을 다루는 영화진흥위원회도 노조의 농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간이 만료된 계약직 직원의 고용연장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노조가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약 문제를 다루려던 인사위원회는 노조원들의 회의장 난입과 기물파손 소동으로 파행으로 끝났다. 노조는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영진위 위원장과 사무국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공기업 선진화 사업을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맞서 영진위는 폭력행위와 업무방해 등으로 노조원 3명을 고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해 7월 신임 예술감독이 부임하면서 합창단원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국립합창단이 따로 있지만, 전임 오페라 단장이 오페라 공연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40여명의 단원을 모아 '국립오페라합창단'이란 이름을 붙였다. 법적 근거도 없고, 정당한 보수도 지급할 수 없는 탈법적 임의 조직이었다. 그 동안 보수는 오페라단 작품비에서 전용했다. 전임 운영자가 부당하게 사조직을 운영한 것이나 다름없다.

새 운영자는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재계약을 하지 않고 조직도 해체하겠다고 했다. 단원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억울할 것이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정식 계약을 했고 국립오페라합창단이란 이름으로 활동도 했는데 갑자기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국립오페라합창단' 노조를 만들어 농성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 노조의 조직과 활동은 대규모 기업노조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경영이나 인사에 개입하거나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상급노조의 지침에 따라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진위의 경우 직원의 채용, 승진, 징계, 해고 등에 관한 사항을 노조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 노조 임원, 전임자, 조합원의 대량인사와 전직, 배치 전환 등도 미리 합의해야 하며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단체협약에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 사용자의 취업규칙 등 개별적 근로계약에 우선한다고 못박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의 채용과 배치도 노조와 사전 합의해야 한다. 또 3년째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영과 관련된 각종 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구성한다는 조항까지 두고 있다. 책임은 없고, 권리는 경영권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조직운영 권한과 책임을 노조에 넘겨주다시피 한 단체협약이 무리한 요구와 쟁의에 방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유한 역할과 책임 다해야

영진위와 국립오페라단의 현실은 전임자들이 저지른 탈법과 무책임이 어떻게 후임자들의 발목을 잡는지 잘 보여주는 표본이다. 영진위가 분란을 겪는 바람에 새로운 정책과 사업은 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최고 정책기구가 대안 마련을 이끄는 해결사가 아니라 오히려 논란에 휩싸여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정당한 권리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유한 역할과 책임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창작과 진흥에 쏟아야 할 에너지가 농성 천막과 길거리에서 흩어지고 있다.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고상한 목표가 '노조와의 전쟁'에 부딪쳐 표류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조희문 인하대 교수 바른사회문화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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