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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행 5년째 공염불/ '사립유치원 공교육화' 말뿐… 학부모 부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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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행 5년째 공염불/ '사립유치원 공교육화' 말뿐… 학부모 부담 외면

입력
2009.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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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딸을 집 근처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주부 이모(34ㆍ서울 강동구)씨는 이웃 주민 유모(35ㆍ여)씨만 보면 속이 상한다. 자신의 아이와 나이가 같은 아들을 공립유치원에 보내는 유씨 보다 유치원비는 7배 가량 더 내고 있는 반면 시설 등 여러 혜택은 뒤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씨는 딸 아이 유치원비로 월 30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수업료와 점심값, 영어교육비 등이 합쳐진 금액이다. 이씨 딸은 종일반 특기과목 교육을 따로 받고 있지 않지만, 이 비용이 추가되면 월 유치원비는 50만원 수준으로 껑충 뛴다.

반면 유씨가 공립유치원에 내는 수업료는 월 4만원 정도가 전부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립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수업료가 저렴하다. 이씨는 "정부는 말로만 유아교육을 공교육화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학부모들의 과중한 유치원비 부담은 외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처럼 3~5세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유치원비 부담이다. 학부모들은 2004년 1월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법이 마련돼 정부 재정지원 근거가 확립됨으로써 유치원비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했으나, 5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선물'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최근 경기침체까지 겹쳐 학부모 부담은 되레 가중되고 있다.

4월 현재 우리나라 유치원생의 22.2%가 국ㆍ공립유치원, 나머지 77.8%는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유치원생 10명 중 8명이 사립유치원생이라는 뜻이다. 유아교육법이 마련된 것도 엄밀히 따지면 '사립유치원의 공교육화'가 목적이다.

정부가 유치원생의 절대 다수를 수용하고있는 사립유치원에 재정을 지원해 유아교육을 공교육 체제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법령 시행 5년이 되도록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공ㆍ사립유치원 재정격차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유아 1명당 교육비 지원액은 공립은 연간 35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46만8,000원으로, 정부 지원금이 공립이 사립에 비해 7.5배 가량 높다.

학부모 부담금을 보면 현실은 더욱 확연해진다. 사립유치원생 학부모는 원아 1명당 연평균 175만2,000원을 부담했으나 공립 유치원생 학부모 부담금은 22만4,000원 이었다. 사립유치원생 학부모들이 공립 보다 7.8배나 더 부담했다.

경기 성남의 한 사립유치원에 5세 아들을 보내는 김모(36)씨는 "대다수 학부모들은 유치원비가 저렴한 공립에 보내고 싶지만 경쟁률이 높아 사립유치원을 택하고 있다"며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하겠다고 하면서 정부가 지원을 외면하는 바람에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의 고충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느끼는 유치원비 부담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실시한 유아교육비 관련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84.8%가 "유아교육비와 보육비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학부모 대부분이 유치원비를 '짐'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유아교육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시행은 지지부진하다. 이 법령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사립유치원의 설립 및 유치원 교사 인건비 등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지원 양상을 보면 법령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교과부가 펴낸 '2006년 공ㆍ사립유치원 재정 비교 현황'에 따르면 사립 1인당 교육비는 공립의 35.7%, 교원 인건비는 사립이 공립의 35.8% 수준이었다. 원아당 운영비도 사립이 공립의 65.6%에 그쳤다.

정부가 지원하는 교원 인건비의 경우 월 11만원의 학급담임수당이 전부다. 5년 이하 공립유치원 교사는 연 평균 2,372만원을 받고 있지만 사립은 1,214만원이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해도 전국적으로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월 100만원 남짓한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 외면은 결국 학부모 부담을 가속화하고, 운영 적자에 다른 유아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옛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교육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실질적 공교육화와 재정의 균등한 배분이 이뤄져야 대부분 젊은 계층인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남대 교육학과 김병주 교수는 "5세아동의 경우 공ㆍ사립유치원 구분없이 의무교육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며, 유아교육이 공교육 체제를 갖추려면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한 별도의 유아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유아교육법에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만큼 정부가 수당이 아닌 정식 인건비를 사립유치원에 지원해야 학부모 부담이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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