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동차산업 세제지원 방안이 표류하면서 되레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는 부작용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집행과정과 운용방식이 잘못되면 효과는커녕, 시장만 교란ㆍ왜곡하는 일종의 '역선택'현상이 드러난 결과다. 치밀한 정책설계와 세심한 관리대책 없이 발표부터 서두른 정부의 서툰 일 처리에 대한 책임 추궁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분명한 방침을 밝혀 시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는 지난 달 26일 완성차업체의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모호한 조건과 함께 자동차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2000년 이전에 등록된 차의 소유주가 5월부터 신차를 구입할 경우 취득세ㆍ등록세의 70%를 감면해 준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소형차는 70만~80만원, 중형차는 140만~150만원, 대형차는 최대 25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자동차업계를 지원하는 미국 유럽과 형평을 맞춘다는 취지였지만, 이를 계기로 현대ㆍ기아차 등 완성차업계의 고질적 노사관계를 뜯어고치겠다는 뜻도 담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지원에 앞서 노사가 특단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차가 클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식의 법 개정은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원시기와 대상, 내용 등이 모두 헝클어졌다. 현대차 노사가 최근 공장별 일감 나누기에 어렵사리 합의했으나 청와대는 그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뜻을 밝혔고, 국회 역시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혜택의 역진성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거래 조건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차를 살 리 없고, 업계의 마케팅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설계의 실패가 초래한 뭇매를 고스란히 맞을 뿐이다. 이건 할 짓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 조건을 분명히 제시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혜택 대상과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으면 아예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시장을 살리는 방법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이번 사례는 실패학 교과서에 꼭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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