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은 단순히 희망의 반대가 아닙니다. 절망이 부활하여 진정한 희망이 됩니다. 경제위기로 절망하고 상처받은 분들이 예수님의 힘으로 다시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올해 개신교 부활절 연합예배 설교를 맡은 오정현(53)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교계에서 원로와 신진, 보수와 진보를 이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처음 설교를 부탁받았을 때만해도 "훌륭한 원로, 중진 목사님들이 많다"며 2주일 동안 고사했다.
개신교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함께하는 유일한 행사인 부활절 연합예배 설교는 2006년 1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를 비롯해 지난해까지 모두 덕망있는 60대 이상 목회자가 맡아왔다.
하지만 스승인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까지 설교를 부탁하고, 다음 세대에 희망을 주자는 교계의 명분도 선명해 '십자가'를 지기로 했다는 것이 오 목사의 얘기다.
50대 초반의 오 목사가 부활절 연합예배 설교를 맡은 것으로 상징되는 한국 기독교계의 '세대 교체'는 최근 교회의 지속적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 선택인 셈이다. 그러나 오 목사는 "'세대 교체'보다는 '사역 계승'이라는 말이 적합할 것 같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는 "선배들과 다음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될 것"이라며 "한국 교회의 선대 어른들이 가진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헌신, 열정적 섬김과 위탁의 정신이 2세대의 정직하고 합리적인 장점과 잘 균형을 이뤄 은혜의 상승 작용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 맞게 된 올해 부활절의 의미에 대해 그는 "이번 세계적 경제위기는 앵글로색슨 중심의 힘의 축이 동아시아로 옮겨지는 과정의 하나"라며 "'일어나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라는 이번 연합예배의 모토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부활의 진정한 의미가 전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설교는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代言)하는 것"이라며 "어려운 때 맡은 중요한 사역인 만큼 부활절 설교에 앞서 기도하고 금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교회 부흥과 관련해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는 국경이 없지만 그리스도인에겐 조국이 있다"며 "역사적 책임을 다해 우리 사회를 움직여온 한국 교회의 '거룩한 야성'을 일깨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교회봉사단 단장으로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교인 50만여명과 함께 현지 정화작업에 나서는 역사를 일군 것은 바로 그런 맥락이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로 오 목사가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장애인 중증센터' 건립 사업이다. 사랑의교회 신자 캠페인인 '정감운동'(정직한 나, 감사하는 우리, 정감 넘치는 사회)이 의식개혁운동이라면, 중증센터 건립 사업은 구체적 실천인 셈이다.
그는 경기 이천에 세워질 센터에 대해 "일정 연령을 넘은 중증 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며 "일단 80명 정도가 생활하고 우리 교인들이 봉사할 수 있는 시설로 출발해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총신대 신학대학원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탈봇신학교와 칼빈신학교에서 공부했다. 로스앤젤레스 사랑의교회를 개척해 북미 최대의 교민교회로 키웠으며, 2003년 귀국해 옥한흠 원로목사에 이어 사랑의교회 2대 담임목사를 맡았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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