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말로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쉽게 이긴다. 큰 경기일수록 더 그렇다. 모비스 2년차 슈팅가드 박구영(25)이 단단히 미쳤다. 모비스가 예상 밖의 손쉬운 승리를 거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정규시즌 1위 모비스가 7일 울산에서 벌어진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무명' 박구영(16점, 3점슛 3개)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정규시즌 4위 삼성에 81-62 대승을 거뒀다.
역대 24차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의 챔프전 진출 확률은 83.3%(20회). 또 지난 시즌까지 정규시즌 1위의 챔프전 진출 확률은 100%(12회)다.
1쿼터를 16-14로 마친 모비스는 2쿼터에서도 21-16으로 앞서며 기분 좋게 전반을 마쳤다. 모비스는 3쿼터에서 박구영의 신들린 듯한 3점포를 앞세워 30-17로 크게 리드하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모비스는 4쿼터 들어 점수차를 더 벌렸고 '백기'를 든 삼성은 테렌스 레더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벤치로 불러들인 채 2차전을 대비했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 뛰었던 빅터 토마스는 21점 9리바운드로 펄펄 날며 친정을 울렸다.
경기 후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상대가 워낙 노련한 데다 안팎을 두루 갖춘 팀이라 수비에 치중했는데 외곽을 봉쇄한 게 효과를 봤다"며 "오늘 외곽슛이 생각만큼 안 됐지만 우리 팀이 외곽에 의존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1차전을 이겼지만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애런 헤인즈가 26점으로 분전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 수훈선수 레더가 단 6점으로 막힌 데다 '주포' 이규섭마저 7점으로 묶였다. 헤인즈를 제외한 삼성의 모든 선수들은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또 삼성은 '높이의 팀'답지 않게 리바운드에서 18-37로 크게 밀리며 경기 내내 끌려갔다.
두 팀은 하루 쉰 뒤 9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인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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