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충격과 실망…돈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충격과 실망…돈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입력
2009.04.10 00:00
0 0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아 쓴 사실을 시인했다. 비록 자신이 직접 받은 게 아니라 부인 권양숙 씨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요청하고 받아서 빚을 갚는 데 썼다는 것이지만, 대통령 재임 중의 금전 수수라는 점에서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니다. 놀랍고,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노 전 대통령도 수사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리란 짐작은 했다. 그러나 측근이나 친인척들의 부정비리에 간접적으로 연루돼 '도의적 책임'이 거론되는 수준에 그치리라 여겼다. 설마 자신과 다름없는 부인 권 씨가 돈을 요구해서 받았을 줄이야. 노 전 대통령 스스로는 "지지하고 신뢰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다"고 밝혔지만, 놀라움은 결코 '노사모' 회원들만의 것이 아니다. 정책이나 성격 면에서 수없이 지적된 결점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자연인 노무현 개인의 도덕성만은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적잖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실망의 이유는 더욱 많다. 검찰 수사에 대해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정 전 비서관이 어제 아침 긴급 체포되자 홈페이지에 슬그머니 사과문을 싣는 방법으로 금전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그것도 '부인의 행위'임을 강조했고,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할까' 걱정이 돼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전자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치고는 좀스럽고, 후자는 작은 조직의 의리를 일깨운다. 더욱이 "미처 갚지 못한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설명은 대통령 재임 시절 연 1억 원에 가까운 저축을 한다고 자랑으로 삼았던 사실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금전의 액수와 전달경로, 용도 등이 말끔히 밝혀지더라도 좀처럼 씻어지지 않을 실망이다.

바로 그런 점이 국민적 안타까움을 자극하기도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10여 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직접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무엇보다 "왜 우리 대통령들은…" "왜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하는 탄식을 하고도 남을 국민이 안쓰럽고 안타깝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