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전ㆍ현 정권을 잇는 '핫라인'이었을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과정에서 건평씨가 추 전 비서관에게 박 회장 구명을 부탁하고 추 전 비서관이 행동에 나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생 경로를 되짚어 볼 때 접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건평씨는 세무공무원 퇴직 후 고향인 경남 김해에서 조용히 생활해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 이전까지는 존재 자체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추 전 비서관은 정치광고업에 종사하던 1992년 이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홍보물 제작을 맡으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 출신으로 건평씨와 고향도 다르다. 추 전 비서관이 90년대 중반까지 범민주당 진영과 어느 정도 관계를 맺은 정황은 있지만 이 때는 노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사이에 별 다른 유대관계가 없던 시기였다. 그가 건평씨와 만날 만한 기회가 없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처음 접촉한 시기를 2007년 대선 직전으로 보고 있다. 추 전 비서관도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누구라도 찾아가서 만나며 건평씨는 대선 전부터 만났다"라고 말했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간 모종의 밀약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까지 나왔다. 두 사람이 양 진영을 대표하는 '핫라인'을 급히 구축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핫라인' 구축설은 과대 포장된 소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추 전 비서관이 이 대통령 측을 대표할 만큼 중량감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 노 전 대통령이 건평씨의 이 같은 행동을 용인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두 사람간의 관계가 '핫라인'이 아니라 단순히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 일시적 접촉 관계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