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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기지개를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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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기지개를 켜다

입력
2009.04.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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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순

슬그머니 가려워지는 몸 밖의 온기,

햇살일 줄이야

案山 줄기 따라 가늘게 흔들거리는 하늘과 빨랫줄 사이

눈부시게 펄럭이는 흰 런닝셔츠,

그것이 눈물일 줄이야

지난 겨울 동침한 너도 긴 몸살 끝내고 밖으로 나와 허물 벗는구나

가파른 골목길 기어오르는 사내의 여윈 등 뒤에서도

오르르 봄 햇살 몰려와 온몸으로 기지개를 켠다.

긴 겨울이 지났다. 겨울의 무거움에 눌려 있던 몸을 털고 작은 산으로 산책을 가는 시간. 겨울의 시간 역시 인간의 시간이므로 그 흔적은 저렇게 남아있다, 겨울에 눌린 런닝셔츠.

눌림을 비누로 털어낸 어떤 인간의 남루가 봄햇살 아래 마르고 있다. 그건, 이 시에서 말하는 대로 눈물이다. 아련한 겨울의 흔적, 눌린 몸이 봄이 어슬렁거리는 태양 아래 마르고 있다, 그 순간, 찾아오는 간지러움.

삶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생명의 간지러움. 새순이 터오르는 나무들은, 간지럽고 참새혀 같은 새순을 오래된 가지에서 다시 일구어내는 나무들은 유쾌하다. '오르르'라는 의성어에 울리는 저 생명의 기척이 참으로 간지럽고 사랑스럽다.

오늘은 두릅전이라도 부쳐 먹어야 하는데 이곳 독일에는 두릅이 없다. 찬 물에다 소금에 버무린 오이라도 먹어야 이 간지러움에서 해방될 것 같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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