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석면이 함유된 탈크(활석)를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업체 1곳의 5개 제품에 판매금지 및 회수조치를 내렸다는데,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성분이 함유된 것이 언론의 고발로 확인되고, 화장품 쪽으로 의혹의 눈길이 번진 지 2~3일 만에 대뜸 '범인'을 지목해 공개한 것부터 그렇다.
탈수효과를 위해 널리 사용하는 탈크에 석면성분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식약청이 탈크를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발암 위험물질'로 인식시켜 국민의 불안감만 키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식약청 발표에 따르면 문제의 '석면 탈크'를 수입ㆍ생산했던 D공업은 화장품업체 1곳과 의약품ㆍ의료기기업체 300여 곳에 원료를 공급했다. 탈크 원료를 제조ㆍ수입하는 38개 업체 가운데 '석면 탈크'를 사용한 업체는 D공업 등 8곳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탈수효과에 사용되는 파우더(미세 가루)제품의 상당 수가 발암물질인 석면이 오염됐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의 충격이 적을 수 없다.
베이비파우더나 화장품만이 아니라 사탕 껌과 같은 음식물에도 탈크 파우더는 부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탈크를 원료로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섞일 수 있는 석면성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해당 업체의 책임도 크지만, 석면성분 유무와 함량을 관리ㆍ감독하는 최종 책임은 식약청에 있다. 이번 일로 '탈크=석면=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식약청이 해야 할 일이다.
식약청의 대응은 지난해 9월의 '멜라민분유 파문' 때와 흡사하다. 소비자의 고발로 불거진 사안에 뒷북만 치다가 모든 중국산 유제품 수입금지를 서둘러 발표, 약속도 제대로 못 지키고 국민의 불안감만 키웠다. '석면 탈크' 역시 의무를 게을리한 책임은 뒤로 돌리고, 그런 것들을 수입한 업체의 잘못이 크다는 식으로만 몰아가선 안 된다. 탈크에 포함될 수 있는 석면성분의 허용기준치 등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엄정한 관리ㆍ감독으로 꾸준히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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