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려진 악재는 역시 악재가 아니었다. 6일 우리 증시는 전날 북한의 로켓 발사에 도통 무관심했다. 오히려 상승로켓을 단 듯 코스피지수(1,297.85)와 코스닥지수(447.94)는 연중 최고(종가 기준)로 날아올랐다. 심지어 코스피지수는 장 중 1,315선까지 치솟는 괴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이날 지수 급등은 외국인 덕이다.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북한에 의한 지정학적 위험)'에 유독 민감했던 외국인은 나흘째 '바이 코리아'로 유가증권시장의 5거래일째 상승을 이끌었다. 4일간 순매수 규모만 1조1,000억원이 넘는다. 돈의 힘으로 증시를 끌어올리는 '유동성 장세'의 면모를 몸소 실천한 셈이다.
아쉬운 대목은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 폭이 한풀 꺾였다는 점이다. 단기급등 및 과열에 대한 부담, 경기회복 기대 이면에 깔린 불안 심리 등이 여전히 남은 탓이다. 전문가들조차도 하락장의 일시적 반등인 '베어마켓 랠리'(1,300선에서 조정)인지, 경기바닥을 확인한 '추세적 상승'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단 두 가지는 꼭 점검해야 한다.
외국인
최근 장이 외국인 주도의 유동성 장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떨어지는 실력(펀더멘털 및 기업실적)을 돈(유동성)으로 메우는 형국인데, 펀드자금 유입이 정체된 기관은 매수 여력이 떨어지고 조심스러운 개인은 차익실현에 열중이다.
지속적으로 실탄을 공급하고있는 건 외국인뿐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한마디로 외국인의 공세적 매수가 계속되면 증시의 상승세 역시 이어질 것이고 그렇지않으면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단기급등에 대한 이익을 조만간 실현할 것이란 전망과 실적시즌에 돌입하는 이 달 중순까지는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다. "외국인 매수세의 가늠자인 미국 회사채 금리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보다 낮아져 매수 강도가 약화할 것"(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이란 주장도 있다.
외국인의 태도가 변하면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이라 우리 증시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 분명하다. 매도 사인이라는 얘기다. 현재 달러 당 100엔선인 엔ㆍ달러 환율도 눈여겨봐야 한다. 엔화 약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온기(신용경색 완화)를 불어넣어 외국인을 더 붙잡아둘 수도 있다.
1분기 실적
현재 투자자들이 꼭 확인하고 싶어하는 게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다. 우리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나쁠 것(심지어 최악)이란 전망이 연초부터 나와 시장을 옥죄었던 터라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동성 장세를 넘어 실적 장세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기도 하다.
다행히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쁘다는 건 알지만 겁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분위기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최소한 '어닝 쇼크'는 아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건은 실적시즌 즈음의 지수다. 오현석 파트장은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유지한다면 설사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않더라도 추가 상승동력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보다 나쁘다면 얼마든지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1분기 실적발표는 10일 포스코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16일) 현대차(23일) 삼성전자(24일) 등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7일(현지시간)부터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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