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5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급여 조사업체 이퀄라와 공동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미국의 200대 주요 대기업 CEO의 보수는 평균 1,080만달러(약 142억원)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수는 CEO의 급여, 보너스, 스톡옵션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조사 대상 가운데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 CEO인 산자이 자가 1억440만달러(약 1,400억원)로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산자이 자는 지난해 8월 모토로라의 경쟁사 퀄컴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있다가 스카우트되면서 거액을 받았다. 그러나 보수의 99%가 스톡옵션이어서 회사의 실적이 개선돼 주가가 올라야 보수를 현금화할 수 있다.
2위는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의 창업자 겸 CEO인 래리 엘리슨으로 지난해 8,460만달러(약 1,10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엘리슨은 지난달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08년 세계의 부호 순위에서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카를로스 슬림에 이어 4위로 선정됐다.
3, 4위는 월트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케네스 체놀트로 각각 5,110만달러, 4,28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가 3,820만달러로 5위를 차지해 월가 CEO로는 유일하게 10위 권에 포함됐다. 휴렛팩커드의 마크 허드(3,400만달러), 캘파인의 잭 푸스코(3,270만달러), 뉴스코프의 루퍼트 머독(3,010만달러), 허니웰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코트(2,870만달러), 프록터앤갬블의 앨런 래플리(2,560만달러)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NYT는 "월가 경영자들이 독식하다시피 한 CEO 보수 상위권 자리를 헬스케어, 기술업체의 경영자가 차지하기 시작했다"며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만큼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또 미 댈라웨어대의 존 와인버거 교수를 인용해 "이번 조사는 주주의 이익이 감소하면 기업 CEO의 보수도 당연히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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