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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자해…'독한 TV'/ 개그·예능프로 출연진 괴롭히기 갈수록 강도 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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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자해…'독한 TV'/ 개그·예능프로 출연진 괴롭히기 갈수록 강도 세져

입력
2009.04.0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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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5일 방송된 KBS 2TV의 예능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인기 코너 '1박 2일'. 제주도에 도착한 6명의 출연진은 그날의 야외 취침자를 커피자판기로 가려냈다. 자판기 버튼을 눌렀을 때 커피 대신 까나리액젓이 종이컵에 담길 경우 벌칙을 주도록 한 것. 까나리액젓을 뽑아 든 강호동은 얼굴을 한껏 구기면서 이를 단숨에 들이켰다.

# 지난 1일 버라이어티 전문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의 '이경규의 복불복쇼'에 출연한 외국인 샘 해밍턴은 게임에서 졌다는 이유로 매운맛 닭꼬치를 눈물을 흘리면서 억지로 먹어야 했다. 그는 한국인도 손사래를 칠 삭힌 상어고기까지 먹는 고역을 치렀다. 또 다른 출연자인 정민은 소 눈알을 입에 넣고 차마 먹지는 못한 채 침을 흘리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예능프로그램들이 출연자들에 대한 학대와 자해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팔고 있다. 일부 개그프로그램은 여성의 외모에 대한 비하로 웃음을 만들어내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불황기, '독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다'는 의식이 여의도에 팽배하면서 '학대 개그'와 '자해 개그'가 기승을 부리고 이루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매질ㆍ역겨움으로 웃음 끌어내려 해

출연자 괴롭히기는 국내 방송가에서 꽤 오랜 역사를 지닌 웃기기 수법의 하나. 그러나 최근엔 독성이 너무 강해졌다는 지적이 많다.

KBS 2TV의 인기 개그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달인' 코너. 지난달 29일 방송분에서 출연자 김병만은 거의 몽둥이찜질 수준으로 얻어맞아야만 했다. 격파의 달인을 연기한 그는 왼쪽 정강이뼈 등을 목검 등으로 차례로 강타당했다. 김병만에 대한 '매질'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당연하게도 방청석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출연자들에게 역한 음식을 먹이는 데 주력하는 '이경규의 복불복쇼'도 가학적 웃음 양산에 몰입하고 있다. 박쥐똥과 날다람쥐똥을 재료로 한 음식 등을 먹고 괴로워하는 출연자들의 표정을 집중적으로 클로즈업한다.

'자해 개그'도 세를 넓히고 있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개그 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 여성 출연자들이 골룸이나 펭귄맨 등 최대한 망가진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이 코너는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의 경직된 조직문화에 일침을 놓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자해 개그'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MBC 개그프로그램 '개그야'의 '유정승의 재발견' 코너도 자극적인 자해 개그로 웃음을 건지려 한다. 'MBC가 버리기 직전인 개그맨, MBC가 포기하기 직전인 개그맨'이라는 소개와 함께 등장하는 유정승이 몸 전체에 검은색이나 황금색을 칠하고 무의미한 웃음을 유도한다.

이동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람들의 감각이 무뎌지다 보니 좀 더 가학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램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며 "상업적 생리는 이해하지만 시청자들의 폭력적인 성향을 조장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여성 외모 비하도 심각

개그프로그램의 여성 외모 비하도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인기 TV드라마를 패러디한 '개그 콘서트'의 '꽃보다 남자'코너 등이 대표적이다. 5일 방송에서 금잔디 역을 맡은 박지선에게 특별출연한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3명이 "장난해?"라는 말과 함께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때리려는 자세를 취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그 콘서트'의 또 다른 코너 '독한 것들'에도 여성 외모를 비하하는 말들이 종종 등장한다. "나는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는 여자들의 환상 다 깰 거야. 특히 어정쩡하게 생긴 여자들 잘 들어라", "너희에게 어울리는 아르바이트는 엄청 많다. 놀이공원 앞에서 탈 쓰는 거, 신장개업집 앞에서 탈 쓰는 거…" 등등의 말을 쏟아냈다.

박용옥 양성평등원 이사장은 "개그프로그램에서 특정 개그우먼을 비하하는 말은 곧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말"이라며 "언어를 가지고 인격을 손상시키는 것은 아무리 개그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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