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한 명의 개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국민을 통합한 것으로 치면 최근 정부가 추진한 어떤 일보다도 큰 일을 해냈다. 김연아에게서 새삼 우리 국민 한 명 한 명 속에 내재된 뜨거운 열정과 민간의 힘을 느낀다.
지난달 29일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가 열린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 마침내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김연아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무슨 눈물일까. 우승의 감격 때문이었을까?
한국인이면 그 뜻을 안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목에 건 우리 선수들이 애국가를 들을 때면 왜 눈물을 흘리는지, 또 그 장면을 지켜보는 우리들도 왜 함께 눈시울이 붉어지는지를.
김연아와 함께 나눈 우리 모두의 뜨거운 감성과 애국심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힘이다. 때로는 너무 감성적이어서 다툼도 잦지만 위기 앞에서는 언제나 민간이 앞장서 헤쳐 나온 것이 우리 민족이다. 6.25의 폐허로부터 60년 만에 세계 13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도 온 국민의 힘이었고, IMF 금융위기 때 민간이 앞장서 '금 모으기'에 나선 일 역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많은 국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의 위기는 각국이 서로 맞물려 있어 단기간 내에 극복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는 우리 하기에 달려있다.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면 국민들은 정부를 지켜본다. 그러나 이제 정부만 바라봐서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다. 국가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데 정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갈수록 제한적인 시대가 되었다. 국민들은 정부에다 무엇이 부족하고 어느 것이 잘못됐다고 수없이 주문하고 질책하지만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정부가 책임과 권한을 갖고 해 나 갈수 있는 분야가 많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 난국 타개의 핵심은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잠재 역량을 하나로 묶어 내는 일이다. 관건은 누가 구심점이 되느냐이다. 선진국일수록 공공 분야보다 민간 분야의 몫이 커진다. 이런 역할을 하는 단체들을 우리는 비정부기구(NGO)라고 부른다. 같은 일도 정부 보다 자발적인 민간단체들이 앞장서서 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거부감이 적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반크(VANK)'같은 단체는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해외에서의 동해나 독도의 왜곡 사례를 발굴하고 시정하는 노력을 꾸준히 경주하고 있다. 때로는 국가 보다 이들 단체가 일구어내는 성과가 큰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단체들을 정부가 앞장서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단체는 '민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 재정적으로나 사업적으로 독립성과 자율성, 자발성이 전제되어야만 NGO로서의 힘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한때 NGO가 너무 넘쳐서 문제였다. 지금은 NGO의 존재가 희미할 정도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한동안 시행 착오를 거쳤으니 이제는 명망가 중심의 NGO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뿌리를 내린 진정한 NGO의 역할이 절실히 요청된다. 김연아를 보며 우리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NGO의 활약을 기대한다.
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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