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2월 경제지표를 보면 광공업 생산과 소비가 전월 대비 조금씩 증가했다. 공장 가동률도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고, 재고도 줄었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46억1,000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함께 상승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악, 최저, 추락, 붕괴 등의 우울한 경제지표들에 계속 짓눌려온 국민들에게 모처럼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V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꽃이 하나 피었다고 바로 봄인 것은 아니다. 경기 회복의 견인차가 돼야 할 설비투자와 기계 수주는 여전히 20%대의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이 몸을 사린 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공식 실업자도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실물경제 침체의 파도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겨울의 끝자락을 논하는 것은 경제 주체들에게 섣부른 기대감만 키워주어 위기의식과 고통분담 의지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 회원국의 올해 성장률이 50년 만에 최악인 -4.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세계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고통스런 침체의 터널을 통과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 극복 대책에 전력 투구할 때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대책에 쏟아 부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계경제가 회복된 후에는 우리나라가 승자의 대열에 설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추경 등 재정정책이 시기를 놓치고, 기업 구조조정도 부진하다면 패자의 대열에 설 수밖에 없다. 노조가 고통 분담을 외면하고, 기업들도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효과에 안주한 채 미래 선점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간은 절대 우리 편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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