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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장자연과 그 '적'들

입력
2009.04.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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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강하다.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어원이 말해 주듯 '할 수 있고' '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불가리아의 엘리아스 카네티는 <군중과 권력> 에서 권력을 고양이와 쥐의 관계에 비유했다. "고양이가 지배하는 공간, 고양이가 쥐에게 허용하는 희망의 순간들, 그러나 잠시도 눈을 딴 데로 돌리지 않는 면밀한 감시와 해이해지지 않은 관심, 파괴적인 의도를 합친 것이 권력"이라고 했다.

연예인을 소유하려는 권력

탤런트 장자연 자살사건의 핵심도 바로 그 '권력'이다. 연예인에게 그 실체와 대상이 무엇인지는 장자연이 죽기 전 남긴, 술 시중과 성 상납 의혹을 언급한 문건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인신을 구속하는 매니저와 연예기획사 대표, 출연을 결정하는 방송PD, 대중여론을 만드는 언론사 대표, 자본을 상징하는 대기업 임원이다.

가장 직접적이고 가까운 권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매니저나 연예기획사 대표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 대부분은 은밀한 노예계약을 통해 연예인을 소유해 버린다. 카네티가 말하는 권력의 모든 것을 쥐고 있다.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장자연처럼 심지어 목숨까지도.

이들에게 연예인은 단지 '상품'일 뿐이다. 그 상품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연예인들에게 "스타가 되려면 이런 것쯤은 참아야 한다. 성공한 스타들도 다 그랬다"고 말한다. "일단 스타가 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그러나 스타가 됐다고 해서 돈과 자유가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족쇄를 그대로 채워 놓는다. 그것을 풀고 탈출하려고 하면, 폭탄(스캔들)으로 위협한다.

이들은 두 방향에서 집요하다. 스타 만들기와 스타에 대한 독점욕이다. 그것이 얼마나 강한지는 오래 전 자신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 한 매니저의 횡포, 지금까지 드러난 장자연의 전 소속기획사 대표 김 씨의 악명 높은 행적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사람들이 '인신 매매자' 라는 극단적 비유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오랫동안 대중문화 담당기자를 할 때 가장 자주 듣는, 가장 싫은 말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걔, 내가 키워 줬어"였고, 또 하나는 "누구와 밥이나 술 좀 같이 먹게 해주라"였다. 물론 '걔'와 '누구'는 인기 연예인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PD와 기자들, 소위 돈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다. 과거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이따금 그런 소리를 듣는다. 이 어이없는 착각과 자만, 욕망 속에도 권력이 꿈틀거린다. 정상적이라면 그 권력은 아무런 힘이 없다. 그러나 '스타 만들기'에 대한 왜곡된 환경과 연예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이중적 태도는 그것을 살아나게 만든다. 장자연이 PD와 언론사 간부들의 술 시중을 들어야 했고, 기획사 대표가 그것을 강요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연예인을 '공인'으로 분류한다. 엄격한 도덕성과 공공성을 요구하고, 그것이 부족할 때 마구 비판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 '공인'의 도덕성과 인격을 훼손하더라도 사적인 소유를 요구한다. 술 접대, 성 상납을 통한 바로 그 치졸한 '권력의 확인'이 장자연을 죽게 만들었다.

본인들도 품위 지키는 노력을

장자연만의 비극은 아니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의든 타의든 장자연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들 역시 '인기'라는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조자인 셈이다. 이렇게 '적'들이 많고, 그들이 손을 잡고 있는 한, 아무리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마련한들 여전히 은밀한 '거래'는 이뤄질 것이다.

장자연이 다시 살아오거나, 일본에 피해 있는 김씨가 '양심고백'을 하지 않는 한 '그 날의 진실'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적'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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