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고 8시간이 지난 뒤 미국의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는 “북한의 로켓 탑재물이 우주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NORAD가 이렇게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촘촘한 우주감시망을 갖췄기 때문이다.
NORAD의 우주감시망은 로켓이 발사된 지 60초 이내에 발사 여부를 감지하고 발사체의 궤도 방향 등을 분석해 30분 이내에 탄도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5일 발사된 북한 로켓도 그 궤적이 NORAD의 우주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북한의 로켓 발사는 전 과정이 한국, 미국, 일본의 감시망에 노출돼 있었다. 북한이 오전 11시30분(북한 발표는 11시20분) 로켓을 쏘기 전, 발사 징후를 탐지하는 데에는 미국의 조기경계(DSP)위성과 주일미군 신호정보항공기인 RC-135S(일명 코브라 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DSP위성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지상의 핵실험을 감시하는 정지궤도적외선센서 위성이며, 코브라볼은 로켓 발사 징후와 원격시험신호를 모으는 항공기다.
이들 감시장비가 한국 등 관련국에 로켓 발사가 임박했다고 알리자, 고도 600~700㎞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보는 미국 첩보위성(일명 키홀) KH-11, KH-12와 고도 24㎞ 성층권에서 북한지역을 촬영, 감청하는 U-2 고공정찰기가 발사현장을 촬영했다. 한국 정찰기 백두도 가세했다.
북한이 로켓 발사 버튼을 누른 뒤에는 주일미군에 배치된 조기경보 X-밴드 레이더(FBX)가 발사체의 궤적 추적에 들어갔다. FBX는 최장 2,000㎞의 탐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해상에 배치된 채피함과 존 매케인함(미국), 세종대왕함(한국), 곤고함과 조카이함(일본) 등 한ㆍ미ㆍ일 3국의 최신예 이지스함도 1,000㎞ 이내의 모든 비행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SPY-1D 레이더를 가동해 동시 추적에 나섰다.
한편 한국과 일본이 발표한 로켓 발사 시각과 북한이 공개한 시각이 10분 가량 차이가 나는 이유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로켓 발사 카운트다운 ‘0’을 세는 순간인 ‘T-제로’를 발사 시점으로 발표한 반면 한국과 일본의 발표 시각은 로켓이 실제 점화돼 화염을 내뿜는 순간을 관측한 것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T-제로와 화염 분출의 시간 차가 길어야 1~2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성능을 위장하거나 로켓을 탐지, 추적하는 미국과 일본에 혼선을 주기 위해 발사 시간을 허위로 발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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